‘메이저 퀸’ 김세영(27·미래에셋)의 취미 중 하나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이다. 최근에는 ‘마지막 춤(The Last Dance)’을 넷플릭스로 몰아보기 시작했다. 1990년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미국)과 시카고 불스의 황금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로, 미국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이 10편으로 제작해 올 4월 공개한 작품이다.
김세영의 시즌 두 번째 우승 도전에는 조던의 영감이 함께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펠리컨 챔피언십(총상금 160만달러) 3라운드를 마친 그는 현지 인터뷰에서 ‘마지막 춤’을 2편까지 봤다고 귀띔하며 “조던은 스포츠의 전설이다.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전설의 영감을 받은 덕분일까. 5주 만에 LPGA 투어에 복귀한 김세영이 5타 차 단독 선두로 질주하며 시즌 2승이자 통산 12승 달성을 예약했다. 김세영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파70)에서 계속된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중간합계 14언더파 196타를 기록했다. 2위는 9언더파의 앨리 맥도널드(미국)다.
여자골프 세계 2위 김세영은 지난달 12일 끝난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에 들어와 휴식을 취한 뒤 이번 대회에서 복귀전을 치르는 중이다. 시즌 상금 2위인 김세영(90만8,219달러)이 출전 2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22만5,000달러를 보태면 이번 대회에 불참한 1위 박인비(106만6,520달러)를 추월할 수 있다.
이날 맥도널드에 1타 앞선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김세영은 3번홀(파3) 첫 버디에 이어 6번과 7번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순항했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간 8번홀(파4)에서 유일한 보기를 적어냈지만 이때까지 제자리걸음에 그친 맥도널드에 3타 차로 앞섰다. 하이라이트는 후반이었다. 직전 대회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 우승자인 맥도널드가 12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터뜨려 1타 차까지 추격해왔다. 하지만 김세영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14번부터 17번홀까지 4연속 ‘줄버디’로 받아쳐 격차를 5타 차로 벌렸다. 경기 후 김세영은 “1타 차로 쫓겼을 때 약간 압박이 됐지만 내 게임에 집중하려고 했다”면서 “최종일 마지막 홀까지 계속해서 나를 몰아붙여 더 많은 버디를 노릴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3위에는 스테파니 매도(북아일랜드·8언더파), 4위에는 리디아 고(뉴질랜드·7언더파)가 이름을 올렸다. 이민지(호주)와 브룩 헨더슨(캐나다), 오스틴 언스트(미국)가 6언더파 공동 5위로 뒤를 이었다. 올해 처음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세계 1위 고진영(25)은 1타를 줄여 공동 28위(2오버파)에 자리했다. 이정은(24)과 박성현(27)은 각각 9오버파와 11오버파로 하위권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