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AAA기업이 갑자기 '디폴트'…中 자본시장 신뢰 무너진다

BMW 中사업 파트너 화천그룹

'반도체 굴기 리더' 칭화유니 등

사전징후 없이 파산·채무불이행

국유기업에 최고등급 남발한 탓

中신평사, 위기 경고조차 못해

정부 수습 의지에도 전망 암울

중국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가 제멋대로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 자본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주요 자동차 업체인 화천그룹처럼 최우량등급을 받은 회사가 하루아침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복마전’ 같은 상황이 벌어지며 투자자들이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국유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에서 잇따라 디폴트가 발생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채권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며 “중국 정부의 보증과 중국 신용평가사들의 신뢰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대표적 국유기업이자 독일 BMW의 중국사업 파트너인 화천그룹의 파산을 사례로 들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법원은 지난 20일 채권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화천그룹의 파산을 선고했다. 다만 즉각적인 기업청산보다는 일단 구조조정 절차를 밟도록 했다. 화천그룹은 10월 말 만기가 돌아온 10억위안(약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이달 13일 채권자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시장은 화천그룹의 파산 사실 자체보다 별다른 사전경고 없이 갑작스럽게 국유기업이 디폴트를 내고 파산 지경에 이른 데 더욱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화천그룹은 1958년 설립된 토종 자동차 회사로 랴오닝성 정부가 8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근 판매부진을 겪기는 했지만 지난달 중국 신용평가사는 화천그룹 회사채에 최고등급인 ‘트리플A(AAA)’를 매겼다. 중국 정부가 보증하는 회사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던 회사에 대해 갑자기 파산 신청이 들어왔고 실제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뿐이 아니다. 중국의 반도체 유망주로 ‘AAA’등급이었던 국유기업 칭화유니도 16일 만기가 돌아온 13억위안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냈다. 칭화그룹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후에야 중국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을 ‘BB’로 크게 낮췄다. 허난성의 국유 광산기업인 융청석탄전력도 마찬가지로 ‘AAA’등급 상태에서 10일 10억위안 규모의 회사채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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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공세에 맞서 중국이 자본시장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정책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자본시장의 기본인 신용등급이 엉망으로 매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용등급 논란을 일으킨 회사는 대부분 국유기업이다. 국유기업은 대개 지방정부의 재정보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신용평가사들이 막무가내로 최고등급을 주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중국 기업에서 발행한 회사채의 57%가 최고등급인 ‘AAA’를 받았다. 이는 2015년의 37.5%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매출부진에 자금난을 견딜 수 없게 된 정부가 손을 놓아버리며 곧바로 디폴트로 직행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전반적으로 회복됐다는 판단에 따라 통화완화 정책의 강도를 낮추는 ‘출구전략’을 본격화하면 경기부양 정책으로 지연됐던 한계기업들의 디폴트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중국 중앙정부도 뒤늦게 나섰다. 22일 중국정부망에 따르면 중국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전일 회의를 열고 “기업들의 채권 사기발행을 강력히 단속하고 채무이행 회피 행위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며 “회사채 등 평가에 관여한 신용평가사도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큰소리’에도 실제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지방정부가 기업 소유와 운영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신용평가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WSJ는 “중국의 ‘AAA’ 등급과 다른 나라의 이 등급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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