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잇따른 부동산 관련 발언이 최근 악화한 민심을 더 성나게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의 집값도 상승세를 보이는 데다가 전세난까지 겹치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도 여당에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이 이어지자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을 맡은 진선미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시내 빌라·오피스텔 공공임대 주택을 찾아 “아파트라는 것에 환상을 버리면 훨씬 다양한 주거형태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공임대 주택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나온 발언이지만, 진 의원이 서울 내 신축 아파트 전세권을 갖고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마에 오르면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진 의원은 왜 임대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살고 있는가”라며 “당장 서울 종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낙연 대표부터 이사하라고 설득하길 바란다”고 쓴소리 냈다.
여권 핵심 인사들의 부동산 관련 구설수는 처음이 아니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18년 9월 라디오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다. 저도 거기(강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또 지난 7월 여당이 이른바 ‘임대차 3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 할 때,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온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도 국민 정서에 빗나갔다는 비판이 일었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표현하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부동산 관련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주무부처의 수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잔관은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두고 전(前) 정부의 탓으로 돌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 장관은 지난 19일 전세대책을 발표하면서도 “금리 인하와 가구 수가 전세가 상승 주요 원인이다. 전세난은 임대차 3법 때문만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근 전세난의 주된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아닌 수년간 지속한 저금리와 1인 가구 증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여당이 연이어 국민의 공감대를 벗어난 발언을 이어가다보니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이 모두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국민에게 자세를 낮추며 정책에 대한 기대효과를 여러 차례 설명하는 자리가 없었다”며 “지금 정부에서 지난 정부의 정책을 탓하는 것은 결국 자기 발등을 찍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역시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문제 없다’라고 말만 반복하면서 국민의 신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현재 정책의 실패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