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항공 분야 등 89개 중국 업체를 중국군이 통제하는 기업으로 지정해 미국 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미 상무부 제재 목록 초안을 입수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제품을 수입하지 못하는 규제 기업 명단에 89개 중국 업체를 추가했으며 이를 곧 발표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자국의 자본과 기술이 중국군의 현대화에 이용되면 자국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재 명단에는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 중국항공공업그룹(Avic) 등 항공 관련 분야 12개 기업이 포함됐다. 국영 항공기 제조사인 COMAC은 중국이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의 대항마로 키우고 있으며 AVIC은 전투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제재가 발효될 경우 미국 기업들이 받을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엔진과 조작장치 등 항공기 제조에 쓰이는 대다수 부품은 물론 워드 프로세서와 같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전자 계측장비인 오실로스코프 등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돼서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COMAC에 부품을 공급하며 Avic과는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의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중국군의 소유이거나 통제를 받는다고 결정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은 반발하고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우리 기업을 도발적으로 압박하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의 행태는 시장 경쟁 원칙과 무역·투자를 위한 국제 규범을 현저히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보잉 737 맥스 여객기에 대한 운항 재개를 불허하는 등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기종은 2018~2019년 연이은 추락 사고로 전 세계 각국에서 운항이 중단됐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항공당국으로부터 재개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