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사회문제 해결의 열쇠, 정확한 측정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는 천재 과학자 장영실과 세종대왕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장영실은 측우기·물시계·해시계 등 농업국가였던 조선시대 백성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측정기기를 제작했다. 영화 속에서 조선은 장영실이 만든 혼천의로 명나라와 다른, 우리나라에 맞는 절기를 사용하려 하자 이를 안 명나라 외교관이 혼천의를 부순 뒤 이를 만든 장영실을 명나라로 데려가려고 한다. 정확한 시간을 측정해 독자적으로 절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국력을 뜻했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러 우리나라 측정기술 능력은 선진국에 비해 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만드는 대한민국 표준시는 300만년에 1초 틀릴 정도이며 키블저울의 오차는 1천만분의 1㎏ 정도로 정확하다. 길이의 단위 미터, 시간의 단위 초, 질량의 단위 킬로그램과 같은 측정단위는 국경을 넘어 통용되고 있다. 전 세계가 동일한 기준을 갖기 위해 각국의 국가측정 표준기관들이 국제비교를 하는데 표준연은 우리나라를 대표해 참여하고 있다. 표준연에서 측정한 값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확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값이다. 그리고 이러한 측정 능력을 국내외 산학연에 교정, 시험, 인증표준물질 개발 보급, 산업체 측정 전문인력 교육훈련 등으로 보급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탄소 배출량, 수소 및 전기차에서 충전한 수소와 전기의 양,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수입된 수산물에 들어 있는 방사선량, 먹거리에 포함된 중금속량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정확히 측정해야 할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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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상거래를 위해, 그리고 공정한 무역을 위해 정확한 측정은 꼭 필요하다. 과거에는 측정값의 정확성이 떨어지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우리의 삶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정확한 측정 기준은 매우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측정 장비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엄밀하게 교정된 표준장비, 표준측정 절차, 표준물질 등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조건에 맞춰 측정된 값만이 신뢰성 있는 측정값으로 인정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큰 이슈가 된 진단기기나 비접촉 온도계의 신뢰성 문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정확한 측정을 통한 성능 검증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7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산업체가 큰 타격을 입었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도 소재부품의 정확한 측정값을 얻는 것은 가장 기본이다.

이처럼 소재·부품·장비에서 농업·환경·보건 분야까지 실생활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수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측정기술 개발은 필수불가결하며 매우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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