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회는 24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처리해 전체회의로 넘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에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고 야당과 협의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지만, 협의가 어려울 경우 내년도 국가정보원 예산안과 개정안을 27일 전체회의에 함께 상정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이날 열린 법안소위에서 개정안 중 국가정보원의 명칭을 유지하고,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를 삭제하는 것 등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 또는 국가수사본부나 외청 등에 이관하는 것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법안심사소위원장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법안소위가 끝나고 전체회의가 열리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소위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과는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 이견이 있었는데, 민주당은 이관을 하되 3년 유예를 한 뒤 시행하자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이관을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3년 유예안까지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렇게 (소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하게 돼 유감”이라며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지는 의원들끼리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법안소위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법안심사소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경찰에 이관하기로 하지만 이것은 5공 회귀법”이라며 “마치 5공 시대에 박종철 열사를 죽인 남영동 대공분실을 부활시키는 법”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하 의원은 “민주당이 일방 처리 방침을 공식 발표해 곧 통과가 될 테지만, 인권탄압과 국내 정치 악용 우려가 있어 국내정보와 수사를 분리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경찰에 가서 재결합되는 것”이라며 “개악인 만큼 우리는 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이철규 의원 역시 “국정권 직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규정하는데 종전 규정보다 더 완화됐다”며 “정치에 개입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문이 좁아진 것인데, 이건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 개입의 문을 열어놓는 독소조항이 될 것이라 합의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병기 국회 정보위원회 법안소위원장은 전체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대공수사권을 이관받는 기관은) 지금 상태에서는 경찰이겠지만, 그 사이에 독립된 수사기관이 생기거나 국가수사본부가 발족한다면 그때 가서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