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내년까지 해외 부문 자산 1조 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세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호주·홍콩·영국 등 글로벌 선진 금융시장 ‘빅 4’에 투자금융(IB) 거점도 마련한다. 소매금융 중심의 아시아벨트 확장에 머무르지 않고 자산 500조 원(농협금융 기준)에 이르는 대형 금융그룹에 걸맞게 글로벌 IB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에서다.
손병환(사진) 농협은행장은 2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초기인 농협은행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내년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행장은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는 경제가 정상화되는 때가 오면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부양과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벌어지면서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며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디지털 변화 이상으로 필연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업의 본질적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은행이 생존하려면 축적된 자산과 넘치는 유동성을 수익률이 높은 해외시장에 투자해 더 높은 자본이득을 올려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깔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저성장·저금리가 심해진데다 가계 대출 규제도 촘촘해지면서 농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내년에도 역대 최저치인 1.4%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글로벌 확대를 필두로 기업금융 강화, 디지털 혁신 등 새로운 먹거리에서 미래 은행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구상이다.
농협은행의 단기 목표는 올해 자산 7,000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 수준인 글로벌 부문을 당장 내년까지 각각 자산 1조 원, 영업이익 100억 원으로 키우는 것이다. 나아가 오는 2025년까지 이를 각각 4조 원, 400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특히 이미 추진 중인 중국·베트남·인도·호주·홍콩 5개국 지점·사무소 인가 프로젝트에 더해 글로벌 IB 부문 강화에 힘을 싣겠다는 게 손 행장의 계획이다.
신설될 호주 시드니 지점과 홍콩 지점은 IB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영국 런던에도 유럽 내 IB 허브 역할을 할 사무소 설치를 추진한다. 이미 미국 뉴욕 지점에는 IB 데스크를 꾸릴 준비를 거의 마쳤다. 손 행장은 “이제까지는 베트남·미얀마처럼 은행업 발달이 더딘 국가의 특성에 맞춰 직접 소매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해왔지만 농협은행의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이는 마치 골드만삭스나 씨티은행이 한국에 와서 저축은행 사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선진 금융시장 내 IB 중심 네트워크를 확대해 글로벌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업금융 강화도 손 행장이 꼽은 주요 과제다. 농협은행은 두터운 고객 기반과 전국에 펼쳐진 영업점을 기반으로 소매금융 부문에서는 전통 강자로 꼽히지만 기업금융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손 행장은 이를 뒤집기 위해 취임 첫해인 올해를 ‘기업금융 재도약 원년’으로 삼고 기업대출 시장 확대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농협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기업여신을 1년 전보다 10조 9,000억 원 늘리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4대 시중은행(10월 말 기준 평균 순증액 11조 5,000억 원)과 견줘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손 행장은 “내년에도 가계 대출과 부동산 임대업 대출 등에 대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은행 간 기업 대출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전문인력 채용, 기업여신 디지털 프로세스 도입 등 내년에도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