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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저개발국? 행복도·인권정책은 최고

■늠름한 소국

이토 치히로 지음, 나름북스 펴냄




중남미 국가 코스타리카는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다. 커피가 꽤 유명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축구선수가 많다는 것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보니 많은 사람들은 치안이 좋지 않고, 비민주적이며, 가난할 것 같다는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코스타리카에 덧씌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 달리 코스타리카는 중남미에서 가장 평화롭고 민주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151개국을 대상으로 2014년에 실시한 한 조사에서 코스타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혔고, 오늘날까지도 늘 상위권의 행복도를 유지하고 있다.

책 ‘늠름한 소국’은 남다른 가치관으로 독특한 국가 운영 방식과 발전 가능성을 보이는 4개 나라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 특파원 출신인 저자는 그동안 취재한 세계 78개국 중 가장 경이롭고 궁금했던 나라로 코스타리카, 쿠바, 우즈베키스탄, 미얀마를 꼽았다. 강대국의 개입과 횡포로 오랜 세월 경제적 곤경을 겪었지만 민중의 힘으로 자립해 나름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나라들이라고 저자는 이들 나라를 소개한다.


코스타리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권 정책을 갖췄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국경에 벽을 쌓고 유럽이 난민에 빗장을 채울 때 코스타리카는 난민을 모두 받아들여 무상 교육과 의료를 제공했다. 1949년 평화헌법을 제정해 군대를 없애고, 국방비를 교육비로 쓰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도 선진국을 앞서 간다. 한국보다 적은 면적이지만 국토의 4분의 1이 국립공원이나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지구 상 생물의 6%에 해당하는 50만 종 이상이 코스타리카에 서식한다. 이 때문에 매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코스타리카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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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평화헌법을 고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려 하는 일본과 비교할 때 이미 수 십 년 전 스스로 군대를 없앤 코스타리카는 중남미에서 거의 유일하게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경제 대국에서 군사대국으로 회귀하려는 일본이나,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한국의 행복도가 세계 최하위 수준인 것은 두 나라 모두 비슷하다고 꼬집는다.

이외에도 책은 쿠바를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나라로, 우즈베키스탄을 실크로드의 중심 국가로, 미얀마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나라로 표현하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세계가 글로벌리즘 풍조에 내몰려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시대에 다소 곤궁할지라도 망설임 없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 국민들에게서 진정한 대국의 늠름함을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1만5,0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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