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로서의 강력한 리더십, 뛰어난 마케팅 센스, 항상 최고 품질의 상품을 선보이는 차별화 전략”
올해 1월 별세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 겸 명예회장의 평전이 지난 25일 일본에서 출간됐다. 일본 경제매체 다이아몬드온라인은 이 같은 내용의 평가를 담은 신 명예회장 평전 ‘롯데를 만든 남자 시게미쓰 다케오론(論)’을 소개했다. 시게미쓰 다케오는 신 명예회장의 일본 이름이다.
평전과 다이아몬드온라인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일제강점기인 80년 전 18살일 당시 맨손으로 일본으로 갔다.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일본에서 롯데를 제과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평전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신 명예회장의 다양한 일화가 담겼다. 그는 와세다대에서 배운 화학지식을 살려 비누, 화장품 등을 만들었고 이 제품들은 좋은 품질로 인정받아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이는 껌 사업의 기반이 됐다. 다이아몬드는 “당시 최고의 기술과 설비를 아낌없이 갖춘 초콜릿 사업 등 기술과 품질을 고집한 성공담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 평전에선 재일교포인 신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자 그를 둘러싼 유언비어가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는 “롯데 브랜드와 그 상품의 압도적인 지명도와는 달리 수줍은 성격의 신 명예회장은 공식석상이나 매스컴 보도에 나오는 것을 꺼려 베일에 싸여왔다”면서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과 맞물려 신 명예회장의 성공을 시기하는 듯한 소문이 그럴듯하게 퍼졌다”고 전했다.
이 평전은 신 명예회장이 신규 사업 참가나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적확한 경영 판단과 뛰어난 마케팅 센스를 발휘했다고 평했다. 또한 그가 일본인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근면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기획력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펼친 신 명예회장의 행보도 평전에 담겼다. 다이아몬드는 “한국에서는 그가 같은 농업학교를 졸업한 동향 사람들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고 이를 통해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달성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재벌으로의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롯데의 입지가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이아몬드는 “한국 롯데그룹의 매출은 2018년도 8조4,000억엔(약 84조원)으로 일본 롯데의 30배에 가까운 규모”라며 “한국 롯데그룹의 경우 3분의1이 유동업, 다른 3분의1이 화학 및 건설업을 차지해 식품 부문은 전체의 8.9%에 지나지 않는 반면 일본 롯데는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전체 매출액의 9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 평전은 “신 회장이 일본에서 거둔 사업의 이익을 한국 사업 투자에 쏟아넣었다”면서 “이 같은 전략이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한편 평전 저자 마쓰자카 다카시는 일본 경제 잡지 ‘경제계’ 편집장을 지냈고 저명한 경영인에 대한 책을 다수 집필했다. 신 명예회장의 가족과 다양한 관계자를 철저히 취재해 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