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불붙은 3차 재난지원금 논쟁…나라 곳간은 어쩌나 [뒷북경제]

국가 채무 800조 돌파.. 2년뒤 1,000조 넘어설 전망

'대형 이벤트' 앞둔 정치권의 현금살포 정책 지속

'대리인(정치인)'이 '주인(국민)' 돈 생색내며 쓰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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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 중입니다. 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도와야 한다’며 큰 소리를 냅니다.

다만 이 같은 행보에 ‘무책임 하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3차 재난 지원금의 재원은 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재정 포퓰리즘’ 논란도 거세지는 모습입니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 지원의 경제 효과가 불확실한데다 올 들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나라 살림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재확산마다 재난지원금을 살포할 것이냐”며 잇따른 정치권의 ‘땜질 지원’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등 ‘빅이벤트’를 앞둔 정치권은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두지 않은 ‘묻지 마 재정확대’를 기반으로 민심 얻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입니다.



현재 나라 살림 상태는 어떨까요. 올 들어 네 차례 추경으로 국가 채무는 846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올해 본예산 기준 대비 41조7,000억원 늘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 또한 43.9%로 본예산 대비 4.1%포인트 급증했습니다. 정부의 실질적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 재정 수지 적자 규모는 118조6,000억원을 기록 중입니다.


나라살림의 미래도 어둡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국가 채무는 계속 증가해 오는 2022년 1,000조원을 넘어 2024년에는 1,334조5,000억원으로 급증하고 채무 비율 또한 58.6%까지 치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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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수치도 3차 재난지원금 살포 등의 가능성을 배제한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3조6,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이 전액 국채 발행으로 조달될 경우 국가 채무 비율은 0.2%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내년에도 꺾이지 않을 경우 재난지원금 살포 요구가 매번 제기될 수 있어 나라 살림 악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물음표가 제기됩니다. 지난 8월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지원금과 같은 정부의 이전 지출 재정 승수는 0.2~0.33에 불과해 정부 소비(0.85~0.91), 정부투자(0.64~0.86) 등과 비교해 크게 낮습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이전 지출 형태로 1조원가량의 재정을 투입하면 GDP는 2,000억~3,300억원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 측은 4년 전 재정 승수를 추산한 보고서에서도 “정부 이전 지출의 승수가 낮은 것은 단순 소비 가계가 정부 이전 지출 확대로 소비가 늘면 노동 공급을 축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재정 악화는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실제 정부는 고소득자 소득 세율 상한을 최고 49.5%(지방세 포함)로 상향하는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이며,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은 아파트 가격 상승 및 세율 변경 등으로 이미 ‘세금 폭탄’ 수준입니다. 2년 전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대비 3%포인트 높였습니다. 웬만한 대기업은 영업이익의 27.5%(지방세 포함)를 법인세로 국가에 납부해야 합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늘려 민간투자와 소비를 위축할 경우 경제성장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으며 잠재 성장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재난지원금만 하더라도 관련 지원이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지 의문인데다가 매번 지원금 형태로 이들을 지원할 경우 재정 악화 속도가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합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18세기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18세기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


이 같은 정치권의 ‘재정 중독’은 결국 ‘주인(국민)-대리인(정치인)’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국부론’을 통해 “기업 내에서 매니저가 다른 사람들의 돈을 관리할 때, 자신의 돈을 관리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의 돈도 관리할 거라고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 대리인인 정치인들이 본인 가계 살림을 관리하듯, 국민의 재산인 국가재정을 관리할 것이란 기대는 ‘헛된 기대’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내년 재보궐 선거, 내후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같은 대리인들의 ‘도덕적 해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래세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겠네요.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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