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이란 핵과학자 암살에 국제사회 "모두 행동 자제해야" 촉구

이란 핵 개발 이끈 과학자, 테헤란서 테러로 사망

이란 외무장관 "이스라엘이 배후…전쟁 도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對중동 정책 차질

이란 핵합의 관련 당사국들 "갈등 자제해야"

이란의 핵 개발을 이끌었던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러로 사망한 다음날인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테러에 반발하는 시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진을 불태우며 시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이란의 핵 개발을 이끌었던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러로 사망한 다음날인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테러에 반발하는 시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진을 불태우며 시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핵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가 암살되며 중동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사회가 모든 당사국이 진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수도 테헤란 인근 소도시 아브사르드에서 테러 공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사건 당시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차 인근의 한 트럭에서 폭발물이 터졌고, 폭발 직후 괴한들이 차량에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했다. 목격자들은 엄청난 폭발음을 들었으며 기관총이 발사되는 것 같았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이란의 핵 개발을 이끄는 과학자가 사망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파크리자데는 1999~2003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인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최고위급 과학자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2011년 유엔보고서는 그가 이란의 핵무기 기술 개발에 참여했으며, 여전히 핵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고 기술했다. 서방 정보기관들 역시 그가 민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장해 핵탄두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개발을 이끌었던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향한 테러 공격이 발생한 현장./로이터연합뉴스27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개발을 이끌었던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향한 테러 공격이 발생한 현장./로이터연합뉴스


파크리자데의 사망 후 이란은 곧바로 테러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이 파크리자데 살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곧 “전쟁 도발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모하마드 이란군 참모총장 역시 파크리자데의 죽음을 “비통하고 중대한 타격”이라며 “테러 조직과 그 지도자, 그리고 이 비겁한 시도의 가해자들은 엄중한 복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동을 둘러싼 갈등 수위가 다시 높아지자 국제사회는 사태 진정에 나섰다. 유엔의 한 대변인은 27일 AFP통신에 “그 지역의 갈등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할 필요성과 자제를 촉구한다”며 “우리는 암살 또는 초법적 살해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 대변인은 아브사르드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이란 정부 관리 한 명과 민간인 몇 명이 살해됐다면서 이는 범죄 행위이자 인권 존중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EEAS 대변인은 이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상황의 확대를 피하기 위해 모든 당사국이 진정하고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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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핵 개발을 이끌었던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러로 사망한 다음날인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테러에 반발하는 시위자들이 파크리자데의 얼굴이 담긴 그림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이란의 핵 개발을 이끌었던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러로 사망한 다음날인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테러에 반발하는 시위자들이 파크리자데의 얼굴이 담긴 그림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앞장서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 이후 이란과 서방 국가들 사이의 관계 개선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이번 사건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향후 중동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취임하기 몇 주 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이란과의 협상 여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이란 핵 합의 복귀 구상에 타격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도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존 브레넌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범죄 행위이자 매우 무모한 짓”이라면서 “치명적인 보복과 새로운 역내 갈등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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