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사진 분야도 첨단 기술과 함께 급변해왔다. 유물을 찍거나 발굴 현장을 사진으로 남기는 문화재 분야의 사진은 역사의 한 장면이자 공개되지 않는 문화재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유독 사진 찍기가 어려웠던 문화재가 있었으니, 동해 바다 한가운데 있는 독도다. 지금은 독도의 모습을 CCTV에서도 실시간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찍은 독도 사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은 2008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도를 천연보호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청과 국내 6개 국가기관이 유엔 산하의 세계보호지역데이터베이스(WDPA)에 독도를 우리 영토로 등재할 즈음이었다. 독도와 관련된 자료들과 함께 멋진 독도 전경 사진도 필요했다. 이전에는 필름 카메라로 헬기에서 찍은 사진들은 해상도가 좋지 않았고, 독도 괭이갈매기 서식처에 영향을 주는 헬기를 자주 띄우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비행선에 전기모터를 장착해 독도로 떠났다. 독도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 기구로 촬영한 첫 시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독도 동도 선착장에 도착했지만 엄청난 강풍이 예고됐다. 비행선에 채울 헬륨가스가 충분하지 못했기에, 비행선을 해체하지 않은 채 바람에 쉽게 날아갈 수 있는 부피 큰 애드벌룬 비행선을 밧줄로 묶고 밤새 지켰다.
지금은 드론 기술이 발달해 방송사마다 멋진 독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014년에는 2D를 3D 영상처럼 보여주는 포토그라메트리 기법도 도입됐다. 지난해 독도의 날에 최첨단 장비인 드론 라이다를 활용해 처음으로 독도의 숨은 곳곳을 촬영할 수 있었다. 3D 스캐너는 지상에서만 측량이 가능하지만 이 장비는 하늘에서 수십만 번 이상 굴절되는 레이저를 사용해 숲 속 지형까지 잡아내는 첨단 기능을 갖췄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룬 성과가 아니라 10년 전부터 끊임없이 시도된 독도 사진 찍기의 결과다.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