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김치 제조법을 국제 표준 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에 맞춰 제정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29일 중국 시장 관리·감독 전문 매체인 중국시장감관보를 인용해 중국이 주도해 김치 산업의 6개 식품 국제 표준을 제정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ISO 인가 획득으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면서 한국 매체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가 국제 표준이라고 주장하는 ISO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국제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1947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공식 관급 기구는 아니지만 165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다.
ISO 상임 이사국인 중국은 국내 김치 산업을 이끄는 쓰촨성 메이산시 시장감독관리국을 앞세워 ISO 표준 제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김치 국제 표준 제정’ 안건은 지난해 6월 8일 ISO 식품제품기술위원회 과일과 채소 및 파생 제품 분과위원회를 통과해 정식 추진됐고, 1년 5개월여 만에 ‘ISO 24220 김치 규범과 시험방법 국제 표준’으로 인가를 받았다.
이번 ISO 김치 국제 표준 제정에는 중국과 터키, 세르비아, 인도, 이란 등 5개 ISO 회원국이 참여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김치산업은 이번 인가로 국제 김치 시장에서 기준이 됐다”면서 “우리의 김치 국제 표준은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이번 국제 표준 제정에는 한국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한국 매체들도 이번 국제 표준 제정에 분노했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의 이 같은 주장과 달리 ISO 국제 표준 제정이 중국의 김치가 국제 표준이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식품 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중국 식품 업계 관계자는 “ISO 국제 표준을 받았다고 해서 중국의 김치 제조 방식이 국제 표준이 됐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특히 중국의 주장대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제정된 김치 표준이 얼마나 공신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 전문가는 “쓰촨 김치는 염장 채소이긴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한국의 김치와는 다르다”면서 “이번에 제정된 국제 표준도 김치(kimchi)가 아닌 파오차이(paocai)로 명기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파오차이는 김치와 다른 음식이며 김치는 이미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국제규격으로 설정돼 있다”고 밝혔다. ISO 관련 문건에도 파오차이에 대한 것이지 김치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