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진 이 대표가 조급증에 빠져 ‘친문 진영’을 의식한 행보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 대표 초기 현안마다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로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공수처 출범과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 사태를 기점으로 메시지가 강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 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 직무정지를 발표한 바로 다음 날 국정조사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 역시 국민의힘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당내에서도 ‘조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언행에 대한 불만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1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호텔 전세방’을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이틀 뒤 발표할 정책을 이 대표가 앞질러 언급하면서 ‘호텔 전세방’만 부각됐다”며 “전세난 해결을 위한 정부 대책이 여론의 역풍만 맞았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법과 기업규제 3법 등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가 가파른 대치를 이어가는 것도 현안을 해결하기보다는 이 대표의 ‘리스트 정치’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미래 입법 과제 15개’ 리스트를 공개해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기업규제 3법과 공수처법을 포함해 국정원법, 경찰청법, 국회법, 이해출동방지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고용보험법, 5·18특별법, 4·3특별법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결국 이 대표가 15가지 법안을 민주당 입법 과제로 제시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들 법안은 대부분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공청회 개최 등 물리적으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현재로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이 손에 꼽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확실히 통과시킬 법과 야당과 ‘밀당’할 법을 구분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다가 예산안도 쉽게 통과 못 시킬 상황이 됐다”며 “아무리 거대 여당이라 하더라도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입법 과제의 선후를 조정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