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탈북민, '돈 쥐어 주면 그만' 아니라 중장기 지원 절실

[탈북민 3만명 시대, 무너진 코리안드림]

<하> 성공적인 정착 돕기 위한 해법은

입국 초기 단기성 경제적 지원에만 초점

보호기간 끝나면 임금 줄면서 사각지대

“장기 일자리 지원·사회통합교육 필요”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평균 3,000만 원에 달하는 정착 지원금부터 탈북민 전용 지역 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 경찰의 신변 보호, 대학 정원외 특례 입학, 생계 급여·의료 급여·국민 연금 특례 혜택 까지..’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탈북민들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각종 정착 지원 제도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부러워할 만한 혜택들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 적응에 실패한 채 ‘탈(脫)코리아’를 꾀하는 탈북민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 거주 탈북민 3만4,000여명 시대다. 정착 초기 단기 현금 지원에서 벗어나 자립과 융화를 도울 수 있는 중장기적 지원 프로그램과 사회문화 교육으로 탈북민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전문가들은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입국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이들까지 보듬을 수 있는 중장기적 일자리 정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시행 중인 직업 훈련과 취업 알선, 취업 장려금 지급 등의 취업 지원책은 대부분 탈북 이후 5년 보호기간 이내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다. 오랫동안 탈북민 연구를 해온 김화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위원은 “탈북민들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과 재단이 지원하는 하나센터에서 각종 지원을 받는데 센터가 적은 인력으로 많은 업무를 감당하다 보니 주로 입국 1년 이내 초기 탈북민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며 “5년 보호기간이 끝난 탈북민들은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월 평균 임금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탈북민 근로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15년 기준 입국 1~5년 미만 19.4%에서 입국 5년 이상 26.2%로 오히려 높아졌다. 상용직 근로자 비율도 입국 5년 이상(50.3%)이 1~5년 미만(58.8%)보다 낮았다. 5년 보호기간이 끝나면 임금과 일자리의 질 모두 악화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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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정책도 보호기간 5년 이내 단기성 지원에 그칠 게 아니라 중장기적 안목에서 지원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곳곳에 흩어져있는 탈북민 정책 총괄부처를 행정안전부로 일원화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통일부가 전국에 있는 탈북민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전국적 조직을 갖춘 행안부가 정책을 총괄하면 보호기간이 끝난 탈북민에 대한 지원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10월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통일의 날’ 축제 현장의 모습. /EPA연합뉴스지난해 10월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통일의 날’ 축제 현장의 모습. /EPA연합뉴스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리려면 경제적 지원 못지않게 사회·문화에 대한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에 따르면 탈북민은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요인으로 ‘문화적 차이’를 꼽았다. 하지만 탈북민에 대한 사회·문화교육은 입국 초기 하나원과 하나센터에서 받는 4개월 교육이 전부다. 반면 통일 이전 서독 정부는 동독에서 넘어온 이주민들이 서독의 정치·행정체계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기회를 제공해왔다.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시민대학(Volkshochschule)’에 동독 이주민을 참여시켜 현지주민과 소통하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도운 것도 눈에 띈다. 이순실 한국통일교육복지센터장은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이 꾸준히 이뤄져야 취업 이후 적응도 쉬어진다”며 “시민교육이 가장 필요한 시점은 오히려 탈북 초기가 아니라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라고 강조했다. 탈북민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현인애 이화여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탈북민을 받아들이는 주체는 결국 우리 사회지만 여전히 인식이 좋지 않다”이라며 “탈북민 지원단체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영·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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