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영화관들이 연말을 앞두고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조정이 줄잇는 가운데 올해 3·4분기까지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신용도 변동성이 커진 모습입니다. 투자한 채권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가격도 하락하기 때문에 평가 손실을 우려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3·4분기 기준 국내 박스오피스 관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1.5%가 줄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2·4분기 이후 다중이용시설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지요.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서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팝콘이나 오징어 등 음식의 취식도 불가능해졌습니다. 매출이 크게 떨어지면서 올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분위기입니다. 3·4분기 누적 기준 CJ CGV(079160)는 작년 대비 65.8% 감소한 2,94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적자는 2,990억원입니다. 롯데시네마 등을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4% 줄어든 660억원에 그쳤으며 440억원 적자를 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용평가사들도 잇따라 등급 조정에 나섰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 CJ CGV의 신용도를 기존 ‘A’에서 ‘A-’로 강등했습니다. 올해 두 차례나 신용도를 내리면서 가파르게 조정한 것인데요. 특히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영업 정상화 시기가 불투명해진 것에 따라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습니다. 자본 확충이나 뚜렷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으로 신용도를 내릴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신용도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CJ CGV의 운영자금 조달에도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회사는 오는 3일 최대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절반에 가까운 발행물량을 인수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규모를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BBB’ 등급에 가까운 ‘A-’ 등급인만큼 발행금리도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결국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추후 수익성 회복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롯데컬처웍스도 지난달 26일 3년 만기인 사모사채를 발행해 2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신용도가 향후 두 단계 이상 하락하거나 최대주주의 대주주 지위 상실 시 원금을 강제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동종 사업자인 CJ CGV의 경우를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발행금리도 높아졌습니다. 이날 발행한 롯데컬처웍스의 연간 금리는 3.550%으로 지난 8~9월 신용보증기금 지원을 받아 발행한 채권담보부증권(P-CBO) 금리보다도 약 1.5%포인트 높습니다. 시장 유동성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발행스프레드가 뚝뚝 떨어진 최근 회사채 시장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