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친환경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 사업에 뛰어든다. SK는 그룹 차원의 역량을 집중해 기업 가치(순자산 기준)를 30조 원가량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하는 만큼 SK의 수소 사업 본격 진출을 시작으로 국내 수소 생태계 확대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해 수소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1일 발표했다. 오는 2023년 액화 수소 3만 톤, 2025년부터 추가 25만 톤 등 연간 총 28만 톤의 수소를 생산한다는 게 핵심 목표다. 이는 국내 전체 수소 공급량 13만 톤(2018년 기준)의 2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수송용 수소 트럭이 연간 사용하는 수소량이 8톤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수소 트럭 3만 5,000대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 트럭 3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국내 수소 생태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경영 화두인 ESG 경영을 가속화하겠다”며 “그룹 차원의 인프라를 수소 사업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 수소 사업의 목표는 단순 생산뿐 아니라 유통과 판매까지 아우르는 밸류 체인 완성이다. 우선 SK이노베이션(096770) 사업장 내 정유·석유화학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생(副生) 수소를 활용할 계획이다. SK E&S는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 100%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 등에서 기체 상태 부생 수소를 공급받아 액체 상태로 바꿀 액화 수소 생산 설비를 인근 지역에 건설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수도권에 인접해 있어 운송 효율성을 확보한 최적의 입지”라고 설명했다. 부생 수소를 활용한 액화 수소는 2023년부터 연간 3만 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물량 중 일부를 개질(改質) 공정을 거쳐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블루 수소’로 생산할 방침이다. 2025년부터 연간 25만 톤 생산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순수 ‘그린 수소’ 생산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SK에너지 주유소와 운송 트럭 휴게소도 그린 에너지 서비스 허브로 활용한다. 이곳에서 차량용 수소를 판매하고 연료전지 발전소 등 발전용 수요도 적극 개발하게 된다. 수소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에도 적극 투자하고 협력 관계를 맺어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 사업 강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SK가 친환경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 사업에 진출하면서 최 회장의 ESG 경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SK텔레콤 등 SK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달 초 국내 최초로 RE100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