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모임에 가면 항상 어렵다는 말뿐이다. 자금 부족, 연구개발(R&D) 인력 부족, 대기업과의 기술 격차,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등 이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99%이고 이들의 생산액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일자리 창출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음을 생각하면 이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국가의 우선 해결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대다수 중소기업의 생존은 독창적인 기술 확보 여부에 좌우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욱 R&D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통한 기술혁신으로 매출 규모를 늘려가야 한다. 중소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해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도 정부 연구 개발 투자 방향 및 기준(안)’에서 10대 중점 투자 방향 중 하나로 ‘중소기업의 연구 역량 확충’을 제시했다. 중소기업의 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성장단계별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거의 빠짐없이 중소기업 전용 R&D 지원에 예산을 우선 책정해왔다. 투자 규모도 연평균 13% 이상씩 지속적으로 확대돼 2017년 1조 원을 처음 넘었으며 2021년 정부 예산(안)에서는 2조 4,000억 원으로 최근 4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R&D 지원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워졌지만 지원에 따른 성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어서 R&D 예산에 낭비 요소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소재·부품·장비 문제를 풀기 위한 많은 예산이 집중적으로 지원되고 있고 수출 규제 대응 국가도 일본에서 중국으로 확대됐다. 매우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R&D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개발된 제품의 수요자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 절실하다. 수요가 없는 기술 개발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구매 조건부 개발 사업과 같이 구매 연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중소기업의 판로를 개척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발굴하거나 기존의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글로벌 강소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국가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도움이 절실한 부분을 찾아내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나가야 한다. 또한 이러한 국가 시책 방향에 발맞춰 예산을 사용하는 산학연 실행 주체들도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치열하게 노력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