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약국 찾아와 욕설 반복…왜?
지난해 1월 어느 날 오후 3시 반께. 보험설계사 A(63)씨는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으로 들어섰다.
A씨가 약국을 방문한 것은 약을 사기 위함이 아니었다. 해당 약국에서 일하는 B씨를 찾기 위해서였다.
약국에서 A씨는 “가져간 돈을 달려달라”고 B씨를 향해 약 5분간 고성을 질렀다. 약국 주인인 약사 C씨가 “나가 달라”며 A씨를 말렸지만 A씨는 듣지 않았다. C씨는 5급 지체장애인으로, A씨와는 보험가입자와 설계사 사이여서 서로 안면이 있었다.
A씨의 만행은 같은 해 6월에도 이어졌다. 해당 약국을 다시 찾은 A씨는 C씨에게 “XX 같은 것과 장사를 하니 좋냐”고 15분 넘게 소리를 질렀다. 이번에도 C씨의 만류는 통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A씨는 또 약국으로 가 욕설을 하며 고성을 질렀다. 이번 만행은 30분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그해 겨울에도 A씨는 약국을 찾아 “(B씨가) 돈을 갚지 않아 생활이 어렵다”면서 욕설을 늘어놓았다.
1심서 벌금 200만원…"죄질 상당히 불량"
이후 A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A씨 측은 B씨와 과거 내연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B씨의 무허가 약 조제 행위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고소하기 위해 찾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장원정 판사는 최근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A씨는 B씨를 집요하게 괴롭히기 위해 약국을 찾아갔고, 이를 저지하는 장애인인 C씨에게 인신공격성 욕설을 했다”며 “그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A씨와 B씨의 관계에 비춰볼 때 A씨가 연신 약국을 찾아가 B씨를 괴롭히는 데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