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돈이 3개월 만에 37조8,000억원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가장 컸던 지난 2·4분기에 비해 증가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올해 7~9월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1,366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37조8,000억원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증가세를 보인 지난 2·4분기(69조1,000억원) 대비 증가 폭은 축소됐다. 다만 올해 상반기 대출금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지난해 3·4분기 대비로는 15.4%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 대출금은 5조8,000억원 증가하면서 전 분기 대비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 지난 2·4분기에 17조2,000억원으로 큰 폭 증가한데 따른 기저효과에 업황 부진이 완화되면서 유동성 확보 수요가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화학·의료용제품 산업의 대출이 6,000억원 감소하고 자동차·트레일러 산업의 대출은 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서비스업은 28조9,000억원 늘어나면서 지난 2·4분기(47조2,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도·소매업 6조1,000억원, 숙박 및 음식점업 1조4,000억원, 부동산업 8조6,000억원 등을 중심으로 대출이 발생했다.
용도별로는 운전자금이 813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24조4,000억원 증가했고, 시설자금은 553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13조4,000억원 늘었다. 운전자금에는 제품을 구입하는 원재료비, 제품가공비 등이 포함되고, 시설자금은 공장부지 및 건물 구입, 기계 설비 등을 가리킨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산업별 대출금이 전기 대비로 축소됐음에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높은 것은 올해 상반기 대출금 증가가 누적된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