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올해 기술수출이 총 10조 원을 돌파했다.
레고켐바이오(141080), 알테오젠(196170), 퓨처켐 등 바이오 벤처가 5,000억 원 이상의 대형 수출을 연이어 성사시킨 덕분이다. 올해 일부 기업이 기존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일 한국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업계가 달성한 기술수출 계약은 총 13건(9개 기업)으로 전체 규모는 10조1,492억원으로 집계됐다.
10조 돌파를 이끈 원동력은 바이오벤처다. 특히 이날 3,255억 원 규모의 계약 체결 낭보를 전한 레고켐바이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레고켐바이오는 이날 “항체-약물 복합체(ADC) 항암제 후보 물질인 ‘LCB67’의 개발 및 전 세계 판권(한국 제외)에 대한 글로벌 기술 이전 계약을 미국 픽시스 온콜로지(픽시스)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선급금 약 105억 원을 포함해 단계별 마일스톤 3,150억 원까지 총 3,255억 원을 지급 받을 예정이다. 완제품 개발 시 별도의 로열티도 받는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임상 시료 생산에 대한 비용도 완료되는 내년에 전액 지급 받을 예정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4월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와 4,963억 원 규모의 원천기술 이전 관련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수출 10조’ 달성의 신호탄을 쐈다. 5월에는 같은 회사와 2,722억 규모의 항암신약 후보물질 계약을 맺었고, 10월에는 중국 시스톤에 항암제 후보물질을 4,000억 원에 수출해 올 한 해만 총 1조5,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달성했다.
레고켐바이오 뿐 아니라 한미약품(128940)(1조273억 원), 유한양행(000100)(5,000억 원), JW홀딩스(440억 원)을 제외하면 올해 전체 기술수출 계약 중 8조4,000억 원 가량이 모두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일궈낸 성과다. 알테오젠(4조6,770억 원), 올릭스(226950)(4,565억), 퓨쳐켐(220100)(6,500억 원), 보로노이(7,200억원) 등 5,000억 원 안팎의 대형계약이 연이어 터졌다. 올해 체결한 계약의 결과는 향후 2~3년 안에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의 실제 영향력은 마일스톤이 들어온 다음부터 평가할 수 있다”며 “올해 기술이전을 한 기업들의 경우 내년부터 마일스톤 수익이 가시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혁신형 신약 기술을 완성하는 데는 10~1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투입되는 비용도 1조 원이 넘는다. 성공 확률도 낮아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 벤처가 쉽게 뛰어들기 힘든 게 사실이다. 기술수출은 이런 환경에서 바이오벤처가 수익을 내면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완성된 신약이 아닌 후보 물질을 수출하는 만큼 임상 단계에서 계약 상대방이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달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수출했던 1조5,183억 원 규모의 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 기술을 돌려받기도 했다. 수출 계약을 체결한 지 1년 4개월 여 만이다. 한미약품은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가 도입한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확정하면서 올해 3·4분기 3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승규 한국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을 만들 때는 전임상부터 전 단계에서 촘촘하게 마일스톤 계약을 맺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통해 계약 지속 혹은 파기를 결정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전임상에서 끝까지 가는 확률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약 개발은 바이오 벤처가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사업인 만큼 기술수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 벤처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