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사업자나 담합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해 법정 벌점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관련 행정기관의 장에게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요청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최근 기사만 보더라도 공정위는 다수의 기업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요청하는 결정을 했다.
공정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은 그 자체만으로 해당 사업자에 대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관련 행정기관의 장이 별도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를 해야 비로소 해당 사업자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 결정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행정기관의 조치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려면 행정기관의 조치가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공정위 고발 조치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수사의 단서에 불과할 뿐 최종 처분이 아니기 때문, 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누13794).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의하면 “공정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은 법률 규정에 근거한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의사결정 사항을 공식적으로 외부에 표시한 것이며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령의 내용에 의할 때 공정위의 요청이 있는 경우 관련 행정기관의 장은 원칙적으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정위의 요청으로 후속 제재처분인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구체적·현실적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하고, 이는 법률상의 불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해당 판결에서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을 받는 상대방인 관련 행정기관의 장은 각 중앙관서장·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망라한 다수이므로 효율적인 권리구제를 위해서도 공정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 자체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며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고 했다(서울고등법원 2020. 8. 13. 선고 2019누41906 등).
위와 같은 판단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법규상 공정위의 제한 요청이 있으면 행정기관은 의무적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당한 결론이라고 판단된다. 이는 조치를 받은 기업 입장에서 권리구제를 받을 길이 열렸다는 측면에서도 환영할 만한 판결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가 검토될 정도의 법 위반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혹여 억울한 사정이 있는 사업자도 있을 것이므로 관련 판결의 내용을 숙지하고 향후 대법원 판결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