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558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나라 살림을 의결하면서 나랏빚을 더 늘림에 따라 내년 국가 채무는 956조 원까지 상승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660조 2,000억 원) 이후 4년 만에 300조 원 가까이 불어나며 재정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정부안(555조 8,000억 원)에서 7조 5,000억 원을 늘리고 5조 3,000억 원을 깎아 2조 2,000억 원이 증가한 558조 원의 예산안을 확정했다. 올해 본예산에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한 규모(554조 7,000억 원)보다 3조 원이 더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코로나19)를 반영해 총수입은 기존 정부안(483조 원) 보다 4,000억 원 축소한 482조 6,000억 원으로 수정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5조 4,000억 원 적자(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 달하고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43.9%에서 47.3%까지 높아진다. 국가채무는 올해 4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준 846조9,000억원에서 956조원으로 껑충 뛰어 현 추세면 2022년 국가 채무 1,000조 원 시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총지출을 늘린 것은 3차 재난지원금(3조 원)과 4,400만 명분 코로나19 백신 예산(9,000억 원) 등을 새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3차 지원금은 설 연휴 전 지급이 목표다. 또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 방안(7,000억 원), 2050 탄소 중립(넷제로) 달성 기반 조성(3,000억 원), 보육 돌봄 지원 강화(3,000억 원), 필수 노동자 작업 환경 및 일자리 유지·확충 지원(3,000억 원), 지역경제 활력 제고 및 중기·소상공인 지원(2,000억 원), 농업 피해 예방·경감을 위한 투자 확대(2,000억 원) 등이 증액됐다. 정작 야당이 대폭 삭감하겠다던 한국판 뉴딜 예산은 5,000억 원 줄어드는 데 그친 대신 이번에도 코로나19 재확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이 일부 포함됐다. 일례로 ‘가덕도신공항’의 적정성 검토 연구 용역비로 20억 원을 증액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면서 총지출 증가율은 3년째 9%를 육박한다. 2019년(9.5%)과 2020년(9.1%)에서 내년은 정부가 8.5%로 다소 줄이려 했으나 11년 만의 국회 ‘증액 예산안’으로 인해 다시 8.9%로 커졌다. 기존에 정부가 예상했던 89조 4,000억 원 규모의 신규 나랏빚이 92조 9,000억 원으로 불어났고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다면 한 해에만 100조 원의 적자 국채를 찍을 형편이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재정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이달 8일 임시 국무회의에 ‘2021년 예산 공고안·배정계획’을 의결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체 세출 예산의 70% 이상을 상반기에 배정해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경제 활력 조기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며 “내년 1월1일 회계연도 개시와 동시에 재정집행이 가능하도록 사전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