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데리러 올게. 화이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상 첫 12월 수능이 치러진 3일 아침, 열띤 응원전이 사라진 고사장 앞은 고요함이 감돌았다. 하지만 초유의 ‘코로나 수능’ 속에서도 수능 대박을 염원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간절함만은 여전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 앞에는 입실이 시작된 오전 6시30분께부터 학생들이 하나 둘씩 도착했다. 사상 최초 12월 수능이 치러진 이날 기온은 오전 5시 서울 기준 영하 0.3도까지 떨어졌다. ‘수능 한파’를 녹이던 학교 후배들의 단체 응원전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금지된 탓에 고사장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고척고에 재학 중인 고병호(19) 군은 “잘 보면 잘 보는 것이고 못 보면 못 보는 것”이라며 “상황이 상황인지라 후배들에게는 문자로 응원을 받았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인근 여의도여고에 시험을 치러 온 최 모(19) 양은 “떨려서 잠을 잘 못 잤지만 아침만은 든든하게 유부초밥을 먹고 나왔다”며 “입실하고 나서는 차분하게 잘 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학부모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자녀들을 배웅했지만 뒤돌아서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전 6시40분께 아들을 일찍 고사장에 들여보낸 전 모(52)씨는 “아들이 고등학생 때 내신 관리를 잘 못해서 군대에 먼저 다녀왔다”며 “그때 아들을 잘 도와줬다면 이렇게 오래 고생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 엄마 노릇을 못해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 뿐이다. 올해는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신 모(49)씨는 “아이에게는 ‘차분히 잘 치라’고 했지만 내가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라며 “근처 절에 가서 시험시간에 맞춰 저녁까지 기도를 올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둘째 딸의 배웅을 나온 김한필(51)씨는 “큰 애가 예전에 수능을 봐서 예전만큼 긴장되지는 않았다. 딸이랑 올 때도 ‘올해는 문제가 쉽다니까 방심하지 말고 침착하게 임하자’고 이야기했다”면서도 고사장 앞을 오랫동안 떠나지 못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수능을 맞이하게 된 소회도 남달랐다. 학교 담 앞에서 까치발을 서며 아들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정 모(48)씨는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많이 힘들었지만 다른 아이들도 같은 조건이니 의연하게 치자고 했다”면서도 “나까지 불안해하면 아이 준비에 차질이 생길까봐 티도 못 냈다”고 웃었다. 박 모(52)씨 또한 “딸이 코로나에 걸리면 큰일이라 온 가족이 사람 많은 곳도 안 가면서 1년동안 정말 고생했다”고 말했다.
단체 응원전이 없었음에도 수험생들의 학교 선생님, 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여 ‘각개 응원’을 펼쳤다. 이날 교회 친구를 보러 나왔다는 김 모(27)씨는 “말하고 나오면 (친구가) 더 긴장할 것 같아서 몰래 나왔다”며 “보자마자 꼭 안아줬다. 꼭 잘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인근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 모(37)씨는 “단체 응원은 안 되지만 아이들이 제 시간에 맞춰 잘 들어오는지 보려고 왔다”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 친해질 일이 없어서 특히 아쉬운 마음이다. 수능 잘 보라는 잔소리도 마음 편히 하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다들 좋은 결과를 거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입실 완료 시간인 8시10분이 되자 학교 문은 굳게 닫혔다. 이날 출동한 경찰에 따르면 비슷한 장소에 모여 있는 여의도고, 여의도여고, 여의도중에는 지각한 학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의도고 관계자는 “발열 체크 과정에서 이상체온을 보인 학생 없이 다들 무사히 일반 고사장에 입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