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국회는 ‘입법전쟁’에 곧바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여권이 이번 국회에서 최대 입법 성과로 내세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국가정보원법, 경찰법 개정안 등에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9일을 ‘디데이’로 못박고, 176석을 토대로 이들 3개 법안을 일괄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시나리오까지 내다보고 본회의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정의당·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과 연대하면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동의로 24시간 만에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다.
수적 열세에 놓인 국민의힘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여당의 강행처리를 막아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정국’처럼 물리력으로 의사일정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다시 동원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상임위·본회의 단계에서 반박논리를 부각하는 여론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공수처법이 최대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공수처법을 개정한 뒤 내주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복안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어떤 난관이 있어도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을 국민과 함께 완수하겠다”며 21대 첫 정기국회 회기 내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과 범죄수사 강제이첩권, 재정신청권 등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수사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양당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물러남 없는 행동으로 막아낼 한 주가 다가온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국정원법도 충돌지점이다.
여당은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신속히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경찰의 정보독점이 우려된다며 상임위 의결을 보이콧하며 맞서고 있다. 다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하는 경찰법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되는 등 비교적 이견이 적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