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탄소중립의 쉬운 방법, 생활속 목재 이용

박종호 산림청장

박종호 산림청장박종호 산림청장



10월 28일은 우리 산림 분야에서도 오래 기억될 기념비적인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탄소 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서로 상쇄돼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환경에 더 이상 부담을 지우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탄소 중립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탈탄소 사회로의 이행 및 그린 뉴딜의 실현과 관련된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운송·에너지 등 전통적으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뿐만 아니라 농어업·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군에서 ‘탄소 다이어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탄소 중립 사회라는 물음에 산림 분야가 어떻게 기여할지 해답이 필요하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나무를 많이 심고 나무를 많이 쓰는 것이다. 산림은 훌륭한 탄소 흡수원이다. 다만 나무는 생장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벌채돼 목재 제품으로 사용되는 과정에서도 탄소를 저장하기에 목재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수확된 목제품(HWP·Harvested Wood Products)’이란 수확된 목재 및 목재를 원료로 가공한 제품을 말한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국산 원목을 가공한 국내 목제품’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를 국가 HWP 탄소 계정에 포함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국산 목재 제품의 사용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음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관련기사



산림청은 이러한 방향성에 착안해 국산 목재의 사용량을 대폭 늘리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 중립 사회의 축소판인 탄소 중립 도시 구현을 위해 도시의 외관과 건물의 실내를 목재로 재조성하는 ‘목재 도시’ 사업을 추진한다. 작게는 가로등·방음벽부터 크게는 고층 목조건축까지 석유화학 재료를 목질 재료로 대체한다. 36㎥의 목재가 쓰인 목조 주택 1동은 약 9톤의 탄소를 저장하는데 이는 400㎥의 소나무 숲이 1년 반 동안 흡수한 탄소량과 같다. 목재 도시가 탄소 중립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은 작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환경성 질환에 취약한 어린이가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의 실내 환경을 목재로 재조성하는 ‘어린이 이용시설 목조화’ 사업을 추진한다. 목재의 생활환경 개선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실내를 목재로 마감하기 전후를 비교했을 때 포름알데히드 방출량과 일산화탄소량이 각 59%, 14% 감소했다. 또 목재는 아토피를 유발하는 면역글로불린(IgE) 농도를 낮추기에 피부 질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대규모 프로젝트와 더불어 생활 속 목재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플라스틱 대체 목재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일회용품 사용량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에 부담이 덜 가는 재료로 만든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산림청에서는 이른 시일 내 상용화를 목표로 목재로 만든 포장재·차음재 등을 개발하고 있다.

탄소 중립 사회라는 거대 담론의 가장 쉬운 접근법은 목재를 잘 사용하고 나무를 잘 심는 것이다. 이러한 발걸음에 많은 국민이 같이 동참해주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