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민낯 드러날 신축년(辛丑年)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올 韓 경제성장률 '-1.1%' 선방 뒤엔

낮은 서비스 비중·높은 中 수출 의존도

내년 코로나 딛고 경제회복 본격화 땐

유예된 부채·집값 폭등 부작용 불보듯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성장 정책 절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백신 개발 소식에도 연일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도 썰렁한 연말이 될 것 같다.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가 4.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1.8%)을 제외하고 미국(-3.7%),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7.5%), 일본(-5.3%), 인도(-9.9%)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한국이 OECD 국가 중에는 가장 나은 1.1% 역성장이 예상된다는 점에 크게 고무된 듯하다.

전면적인 경제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속한 검사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K방역을 시행한 덕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장률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데는 또 다른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모두 우리 경제의 취약점으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데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언택트가 확산하면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피해가 컸다. 우리의 경우 서비스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역설적으로 피해를 줄이기는 했지만 이는 그만큼 경제구조 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은 10년 넘게 강조됐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9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을 정도로 진전이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취업자가 17만 명 정도 감소하지만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고용 비중이 큰 서비스산업의 부진으로 증가 폭이 10만 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산업의 부진이 단기적으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을 줄였지만, 복원력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25%나 되는 점도 문제다. 중국 경제가 2·4분기부터 빠르게 반등하면서 올해 우리 수출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복원력을 중시하는 교역과 투자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이를 고려하면 과도한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적극적인 시장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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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1년 한국 경제 상황은 어떨까. 백신 보급과 대규모 경기 부양이 글로벌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에 OECD는 세계경제가 4.2%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한국의 내년 성장률은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별 회복 속도는 방역 조치의 효율성, 백신 확보의 신속성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방역과 기저 효과로 미국(3.2%)과 유로존(3.6%)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8%)과 인도(7.9%)의 성장률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은 우리 수출에 호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국내 상황이다. 올해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실패들이 코로나19에 묻혀 넘어갔다. 그러나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수습돼가는 과정에서 내제된 문제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계기업이 올해보다 크게 증가함으로써 기업 부실화 리스크가 커질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예상하지 못한 충격에서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내년에는 옥석을 가리기 위한 선별적 지원과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다. 내년 3월까지 6개월 추가 연장했던 대출 만기와 이자 상환 유예 조치 종료 시 잠재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 특히 소상공인 폐업 확대는 사회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부의 양극화뿐 아니라 산업 양극화가 심화한 것도 취약 계층을 크게 증가시켰다. 폭등한 주택 가격과 주가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진한 실물경제와의 괴리는 더 커졌다.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 빚더미로 만들어진 거품이 꺼지며 자산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신축년에는 정부가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찐’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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