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여야가 6일까지 공수처장 후보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공수처장) 추천 요건을 변경하는 법 개정을 하겠다”며 야당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김 원내대표의 이 같은 통보는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반면 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여당의 일방 독주에 결사 항전을 다짐하면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9일 여야 간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한 자리에서 합의를 위해 노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지만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야 지도부는 7일 오전 박 국회의장 주재로 정례 회동을 추가로 갖기로 했지만 이 자리에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실제 민주당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해온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5일 “6일까지 여야가 공수처장 후보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무슨 일이 있어도 공수처는 출범한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 △자치경찰제를 중심으로 한 경찰청법 개정안 △상시 국회를 도입하는 일하는 국회법 등 개혁 법안 △기업 규제 3법 등도 9일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처리는 불변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7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 회의를 잇달아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과 기업 규제 3법 중 하나인 상법 등을 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자기들과 코드 맞는 사람(공수처장)을 찾겠다며 무리하게 법을 개정하는 것은 국민적 저항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이 거부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여권의 비판에 대해서도 “한 번 적격자가 없다고 한 것이 어떻게 거부권 남용이 되겠느냐”며 “우리가 추천한 사람에 대해 민주당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민 여론에 호소해 민주당이 협상에 나서도록 촉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부동산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원내 투쟁 방향으로는 축조심의, 안건조정위 회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반대 토론 등 지연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공수처법에 대한 협의 지속을 전제로 기업 규제 3법 등 나머지 쟁점 법안 타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여권 내부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으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을 감안할 때 주요 법안을 모두 일방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의 반발과 여론의 추이를 고려해 쟁점 법안 중 일부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 소집에 거부감을 보여왔지만 개각에 따른 청문회 일정 등으로 결국 개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