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인 가구 증가에 대응하겠다며 공공임대주택의 소득기준을 세분화했지만 현실에 맞지 않은 정책으로 오히려 이들의 주거불안을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구 수 별로 소득기준을 따로 두면서 월 2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은 공공임대 접근 기회 자체를 잃었기 때문이다. 현장 곳곳에서 1~2인 가구 원성이 커지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득 기준 세분화, 1~2인 가구 아우성 = 국토교통부는 저소득 가구의 입주기회를 늘린다며 지난 3월부터 시행규칙을 개정해 ‘3인 이하 가구’였던 1~3인 가구 소득기준을 1·2·3인 가구 별로 세분화했다.
현재 기준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대비 영구임대는 70%, 국민임대는 50%다. 1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영구임대는 월 185만원, 국민임대는 월 132만원이다. 대학생이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은 120% 이하가 기준이지만 70% 이하 가구에게는 지원 시 가점을 준다. 결국 행복주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1인 가구나 2인 맞벌이 가구는 최저임금(월 179만원) 수준 혹은 그 이하여야만 공공임대 입주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 전에는 1·2인 가구도 모두 ‘3인 이하 가구’로 묶여 소득기준이 적용된 탓에 현실적인 수준의 소득을 버는 외벌이 가구도 진입 기회가 있었다. 3인 이하 가구의 경우 월 281만원이다.
정부는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주거기회를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로 정작 1~2인 가구 상당수가 공공임대주택과 멀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단지 입주기업 종사자를 위해 마련한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정작 소득기준을 넘겨 입주를 못하는 문제마저 발생하고 있다. 수요 자체가 산업단지 종사자들에 맞춰져 있다 보니 이들이 입주하지 못한 공공임대주택은 고스란히 공실로 남게 된다. 그러다보니 산단 인근의 공공임대주택들은 입주자격을 대폭 완화해 다시 공급을 추진하는 사례도 대거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입주 자격을 대폭 완화해도 1~2인 가구별로 세분화하면서 많은 근로자들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 개선도 찔끔, 현장 아우성 = 제도 시행 전 ‘3인 이하 가구’ 소득기준으로 입주한 주민들이 소득기준이 변경되면서 퇴거 위기에 놓이게 된 부작용도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일단 바뀐 소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가구라도 변경되기 전 기준에 맞춰 2회까지 계약을 연장해줄 방침이다. 다만 지역마다 설명이 다르고, 예상치 못하게 바뀌는 임대주택 기준 탓에 주거불안을 느끼게 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주거불안을 겪으면서도 최저임금 이상으로 버는 사람들은 정작 입주를 할 수 없고, 오히려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일부 직종 종사자나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은 ‘금수저’ 무직자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해 소득기준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각 유형별로 1인 가구는 20%포인트, 2인 가구는 10%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 개정안은 12월 23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추진될 예정이다. 이 기준에 맞추면 1인 가구 기준 영구임대 238만원, 국민임대 185만원으로 높아진다. 다만 여전히 1인 가구 기준 최저임금 정도이거나 인근 산단 평균 소득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인 가구도 현실적인 소득 기준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집값의 급격한 증가로 소득이 높아도 주거불안을 겪는 경우가 늘어나는 만큼 소득기준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1인 청년 가구를 위한 청년임대주택 등 별도의 대책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일반적인 공공임대는 소득기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소득이 높다고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소득기준을 없애고 임대주택의 공급량 자체를 늘리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