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펀드·선물 시장에서도 환율 동향에 베팅하는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KOSEF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에 309억 2,500만 원이 거래되면서 올해 하루 평균치(140억 6,700만 원)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이 ETF는 미국 달러 선물 지수 일간 수익률의 ‘마이너스 2배’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수록 이익을 보는 상품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082원 10전에 마감해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이 상품 가격도 전거래일보다 250원(2.71%) 올라 연중 최고가인 9,475원에 마감했다.
반면 달러 선물 지수 일간 수익률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내는 ‘달러 레버리지’ ETF에도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함께 늘고 있는 셈이다. 같은 날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에는 총 552억 8,100만 원이 몰려 연평균 거래대금(319억 6,200만 원)을 웃돌았으며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ETF’에도 이날 거래대금이 총 2,353억 5,900만 원을 기록해 지난 11월 4일(2,520억 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 달러 선물 시장은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올해 현재까지 달러 선물 총 계약 금액은 1,152조 원으로 지난해 전체(999조 원)보다 15% 많다. 이 금액이 1,000조 원을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증권가에서는 달러 선물과 관련 인버스·레버리지 ETF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방향성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글로벌 확산 초기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이후 미국 정부가 공격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을 펴고 최근 백신 개발 기대감에 달러는 확연히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최근 달러 약세가 단기간 가속화하자 앞으로 방향성에 대해 전망이 갈리면서 달러 ‘약세 지속’에 베팅하는 투자자는 인버스 ETF를 사고, 원·달러 환율 ‘반등’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ETF를 매수하면서 거래대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도 달러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향후 원·달러 환율의 지지선은 1,050원 선 근방”이라며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한국과 중국의 경기 펀더멘털이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당분간 환율 시장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