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정기국회 최대 쟁점 법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7일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여당이 밀어붙이는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함께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까지 안건조정위에 포함해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막겠다는 목표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총 6명(여야 3명)로 구성되며 위원장이 간사 협의를 거쳐 90일 내에서 활동 기한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압도적인 의석수에서 안건조정위의 실효는 ‘하루’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과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각 상임위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윤호중 위원장은 조정위 구성에 즉각 착수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을 통해 민주당 위원 3명을 추천하기로 했고 비교섭 단체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도 포함해 범여권 몫으로 4명이 이미 구성됐다. 윤호중 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에게는 2명의 국민의힘 조정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결국 조정위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무위도 유사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소속의 윤관석 정무위원장은 3명의 민주당 몫과 함께 배진교 정의당 의원을 배정해 전체 6명의 위원 중 4명을 범여권으로 채울 가능성이 높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도 포함될 수 있지만 국민의당보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위원 명단 제출을 최대한 늦춰 지연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정기국회를 종료한 뒤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이지만 위원장 직권으로 위원 임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역시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상 위원 임명이 합의가 아닌 ‘협의’라는 점에서 이른바 통보만으로도 협의 명분을 채울 수 있어서다. 지난 20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법 개정에 반대할 당시 자유한국당이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자 홍영표 위원장이 직권으로 위원을 임명해 가결시킨 사례도 있다. 이미 윤호중 위원장은 1차 안건조정위를 8일 개회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이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압박이다. 민주당은 90일의 활동 기한 역시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최대 기한일 뿐 당장에라도 법안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