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 복귀 후 일주일간 대전지검의 원전 수사 지휘와 대검찰청 감찰부에 대한 진상조사, 검사징계법 헌법소원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오는 10일 징계위 개최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이지만, 징계위 이후 장기적인 소송전까지 염두에 둔 총력전으로 분석된다.
◇검사징계법 헌법소원…징계위 걸림돌 되나
지난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 측이 사흘 전인 4일 장관이 징계위원 5명을 임명·위촉할 수 있도록 한 검사징계법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놓고 법조계 내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통상 검사에 대한 징계 청구는 검찰총장이 해온 만큼 장관이 징계위원을 구성하도록 한 이 조항이 문제가 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징계 혐의자가 되면서 이 법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총장의 징계는 장관이 청구하도록 돼 있어 장관이 징계 청구와 함께 징계위도 구성하는 게 소추와 심판을 분리하도록 한 사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게 윤 총장 측의 주장이다. 윤 총장 측은 이 같은 조항이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통상 헌재 가처분 사건은 본안 기각 가능성이 큰 경우 본안 선고와 함께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인용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본안 승소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 2∼3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헌재가 실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사례도 2000년 12월 사법시험 응시제한 조건을 정한 사법시험령 사건 등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당장 징계위를 이틀 앞두고 윤 총장 측의 ‘위헌 카드’가 실질적으로 징계위를 막는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尹, 징계위 불공정성 부각…장기 소송전 대비?
윤 총장 측의 위헌 카드가 징계위 개최 자체를 막지는 못해도 편향성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징계위 강행에 적잖은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이 법 조항은 지난해 장관이 아닌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외부 추천 인사로 징계위원을 다양화하도록 개정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권에서도 이 조항의 편향성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윤 총장 측은 이날 법무부 측에 징계위원 명단과 감찰기록 공개를 거듭 요구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지난 3일 법무부로부터 윤 총장의 징계 청구 근거가 된 2천쪽 분량의 감찰기록 5권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언론 기사를 모아둔 것이고 실제 감찰 조사와 관련된 내용은 일부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왜곡·삭제 논란이 불거진 ‘판사 사찰 의혹’ 관련 감찰보고서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측은 아울러 기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징계위원 명단도 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법무부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윤 총장 측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 대해서는 기피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측이 징계위 구성의 공정성 문제를 집중 파고들면서 청와대가 다시 중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징계위 재연기나 정치적 해법 모색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총장 측의 위헌 소송 제기는 장기 소송전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마이웨이’ 행보 속 징계위 전방위 압박
실제로 윤 총장은 지난 1일 직무정지 일주일 만에 총장직으로 복귀한 뒤 거칠 것 없는 ‘마이웨이’ 행보를 보였다. 정상 출근 첫날인 지난 2일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산업부 공무원들의 구속영장 청구를 직접 지휘하면서 수사에 힘을 실었다.
또 대검 감찰부가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지휘부 보고 누락 의혹을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배당한 사실도 전격 공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윤 총장은 이어 지난 4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이모씨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되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씨가 실종된 다음 날 오전 9시 30분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 이를 보고하고 관련 자료를 송부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당시에는 관련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반부패부가 윤 총장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 대기했지만 보고 시점을 놓쳐 사망 이후 보고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윤 총장의 진상조사 지시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왔다.
최측근으로 꼽힌 김욱준 중앙지검 1차장 사의 등으로 위기에 몰린 이 지검장은 이 사건으로 여권으로부터 강압수사 의혹까지 받게 되면서 ‘사면초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