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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그린 뉴딜·제조업 부흥 공약, 한미 경제동맹 확장 기회"[청론직설]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태양광·배터리 등 양국 그린뉴딜 협력 대폭 강화하고

국내 기업, 美 러스트벨트와 대도시에 동반 진출 필요

美·동남아에 제조업·창업 중심 코리아타운 30곳 조성

정부, 현지 단지 조성·투자 안전 보장 등 적극 지원을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이 9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그린 뉴딜과 제조업 부흥 공약을 연결 고리로 에너지·산업 협력을 강화해 한미 경제동맹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기자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이 9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그린 뉴딜과 제조업 부흥 공약을 연결 고리로 에너지·산업 협력을 강화해 한미 경제동맹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의 그린 뉴딜 강화와 제조업 부흥 공약을 연결 고리로 한미 동맹을 강화했으면 합니다. 안보 동맹에서 에너지·산업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동맹으로 확장해 동반 성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국의 관세 등 무역 장벽이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무기 구매 확대 요구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요.”

임춘택(57·사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9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에 그린 에너지 관련 한국형 산업도시를 추진한다든지 한미 간 보다 긴밀한 상생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바이든 새 행정부가 앞으로 4년 동안 태양광, 풍력, 배터리, 건물 효율 향상, 전기차 등 그린 뉴딜 투자에 2조 달러를 쏟아붓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과 ‘윈윈’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임 원장은 “한미 간에 원자력발전 등을 중심으로 60년 이상 에너지 협력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태양광과 배터리 등 그린 뉴딜과 관련한 협력을 늘려야 한다”며 “미국의 큰 시장과 연구개발(R&D) 역량을 활용해 현지에 대·중소기업과 에너지 공기업이 동반 진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그린 뉴딜 계획은 어떤 것인가.

△4년 임기 중 전기차와 전기 버스 등 친(親)환경 자동차 선점 전략을 펴고 친환경 주택 전환에 나서기로 했다. 청정에너지·교통·산업·자재 등 친환경 에너지 혁신을 위해 R&D 자금을 대거 지원하고 에너지 세제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MR) 개발과 실증화 사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다.

-바이든의 그린 뉴딜 정책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국내 전기·수소차, 재생에너지, 배터리 등 에너지 신산업 확대에 긍정적이지만 전통 에너지 산업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SMR은 국내에서도 관련 R&D 투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겠지만 상용화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중국·인도 등과 함께 ‘기후 악당국’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후 이미 1도가량 상승했고 우리나라는 더 올랐다. 이상기후가 빈번해진 이유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7위, 1인당 배출량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오는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이 나온 배경이다. 발전·수송·건물·산업·자원 등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고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해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신산업 수출로 나가야 한다.

-바이든은 기후 위기 대응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즉시 재가입하기로 했다. 중국과 탄소 감축 양자 협정을 체결하고 중국에 석탄 수출 보조금 철폐를 요구한다는 게 바이든의 공약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 주도의 내륙과 해상의 신실크로드 전략)’에 대응해 친환경 국제 개발 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SMR에 대해 적극적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기존 대형 원전을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데 셰일 가스가 저렴해 가스 발전이 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업체들이 경제성이 떨어지는 대형 원전을 폐쇄하려고 하는 바람에 정부가 보조금을 줘 막고 있는 형국인데 현재 대형 원전이 100기 아래로 감소했다.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40여 년 동안 새로 건설된 원전은 아직 없다. 이런 상황에서 R&D를 통해 건설비가 기존 원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SMR을 키우려는 것이지만 경제성이 높지 않고 자칫 테러 조직의 목표물이 될 수도 있어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미국은 원자력 관련 사업으로 방사선 산업도 많이 키우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방사선 산업은 연 8%가량 고속 성장하며 현재 원전 시장보다 5배 이상 커졌다. 미국은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의료 진단과 치료는 물론 농식품 처리, 비파괴검사, 테러 방지 등을 하고 있다. 우리는 16개 대학에 원자력학과가 있지만 커리큘럼이 원전에 치우쳐 있어 방사선 분야에서 취약하다.

-바이든 행정부와 에너지·산업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미국에서 재생에너지·전기차·에너지 인프라 산업에 대한 중점 투자가 예상돼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미국 에너지 시장에 중국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태양광 모듈, 배터리, 액화천연가스(LNG)선 분야 등에서 미국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의 앞선 기초과학과 우리의 제조 기술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에너지부(DOE) 간 연례 ‘에너지 정책 대화’를 국장급에서 장차관급으로 격을 높이고 에너지 정책과 R&D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까지 의제로 다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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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신기술 실증이나 시범 사업을 하면 어떨까.

△스마트 그리드(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연계형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현지 실증 등 대규모 공동 R&D를 추진해볼 수 있다. 온실가스 무배출 냉동 공조기나 탄소 중립 건축 자재, 초저가 그린 수소 생산 등도 유망 협력 분야다. 저희 기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신설하는 혁신 연구 전담 기관(ARPA-C)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게임 체인저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하려고 한다.



-임 원장이 미국과 동남아 등에 한국형 산업도시를 건설하자는 주장도 해왔는데.

△바이든 당선인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계획을 통해 미국 제조업 부흥에 나선다는 공약을 이미 발표했다. 이를 감안해 국내 대·중소기업과 공기업은 현지에 동반 진출해 제조업과 창업 중심형 산업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지 R&D 역량 등까지 활용해 공생해야 한다.

-미국의 러스트벨트나 대도시에 산업형 코리아타운을 만들자는 것인가.

△그렇다. 러스트벨트(Rust Belt·제조업 사양화로 불황을 맞은 지역)의 일부인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를 전기차·수소차 생산 단지로 전환하고 현대자동차 등과 연관된 부품 기업이 동반 진출하는 방안이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는 철강 중심 산업을 풍력 산업으로 전환하고 두산중공업 등이 함께 진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대도시에도 코리아타운을 형성해 국내 벤처기업의 진출을 꾀했으면 한다. 2016년 기준으로 이스라엘이 보스턴에 설립한 정보기술(IT)·바이오 기업이 216개로 경제 효과는 181억 달러에 달했다. 우리도 LA·보스턴·텍사스 등에서 비슷한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중심 창업을 위해 네이버가 LA에 선도 기업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구상할 수 있다. 텍사스에는 디지털 산업에 강한 KT 등 IT 대기업과 협력사들이 스마트 산업 단지 형태로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데.

△우리 기업들이 무역 장벽 해소, 인건비 절감, 규제 회피 등의 이유로 해외로 나가고 리쇼어링 등 유턴 성과는 지극히 미흡한 상황에서 해외 산업도시 건설 주장을 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삼성전자·LG화학·SK이노베이션·현대자동차 등이 총 20조 원 규모로 미국의 반도체·배터리·자율 주행차 분야에 진출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이 각자도생하기보다는 클러스터 형태로 진출해 산업 한류의 거점을 조성하는 게 효과적이다.



-기왕이면 체계적으로 해외로 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뜻인가.

△그렇다. 미국이나 동남아 등에 30곳 정도 우리 산업도시를 조성했으면 한다. 수만 명의 한국 기술진이 생활할 수 있게 병원, 학교, 한류 문화센터, 행정 지원 기관 등이 같이 들어가는 것이다. (가칭)산업도시개발청 설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지 단지 조성과 투자 안전을 보장하고 청장년 파견 교육을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지방 도시를 글로벌 산업 수도로 키울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 진출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는 제조 역량과 R&D·디자인·마케팅·금융 등에 주력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한 직후 추진되는 한미정상회담을 ‘산업·에너지 동맹’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코로나19 공동 대처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등이 주요 의제가 되겠지만 한미 관계를 안보 동맹에서 산업과 에너지 협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동맹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 당선 때도 우리나라가 미국의 셰일 가스를 많이 구입하는 쪽으로 대응했는데 이번에는 그린 뉴딜로 윈윈 할 기회가 생겼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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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금오공대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 고시에 합격한 뒤 국방과학연구소(ADD) 선임 연구원과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이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전문 교수와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부교수를 거쳐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원 교수를 지냈다. 2018년부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을 맡아 그린 뉴딜을 선도하면서 사람 중심 연구개발(R&D) 혁신도 추진하고 있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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