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미국내 임상시험에서 나온 구안와사(안면신경마비·Bell‘s palsy) 사례가 알려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 보건 당국은 전체 임상 참가자 중 이 증상을 보인 사람 비율이 보통의 안면마비 유병률(인구 대비 발병자 비율)에 못 미친다는 견해를 밝혔고, 이 백신의 사용을 승인한 영국 보건당국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가 미국 내에서 실시한 코로나19 백신(BNT162b2)의 임상시험 결과 백신을 투약한 2만1,720명 가운데 4명에게서 안면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반면, 가짜 약을 투약한 ’플라시보 그룹‘(placebo group) 참가자 2만1,728명 중에서는 안면마비 증세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앞서 화이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에는 안면마비 사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최근 사용승인 권한을 가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세부적인 임상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작용 사례가 알려졌다.
백신 투약그룹과 플라시보 그룹 간의 안면마비 환자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화이자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FDA는 전체 임상 참가자 중 안면마비 증세를 호소한 사람의 비율이 통상적인 안면마비 유병률보다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화이자 백신에 대한 사용승인이 처음 나온 영국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안면마비 환자는 20∼30명 정도로 화이자 백신 임상 그룹 내 증상자 비율과 비슷하다. 화이자 백신을 승인해 실제 접종을 시작한 영국 당국도 FDA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다른 일반적인 백신과 유사하다. 어떤 백신도 안전, 품질, 효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공급 승인을 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사용을 승인해 8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미국 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도 10일 회의를 열고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영국 의약품규제당국은 약품이나 음식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사람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서는 안 된다고 발표했다. 영국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준 레이 청장은 10일(현지시간) “백신, 의약품, 식품에 대해서 아나필락시스 전력이 있는 사람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반응을 뜻한다. 음식이나 약물 등 화학물질의 영향으로 급성 호흡곤란, 혈압 감소, 의식소실 등 쇼크 증세와 같은 심한 전신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일컫는다. 레이 청장은 특히 “2회차 접종은 1회차 접종 이후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그 누구에게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 영국에서는 이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례 2건이 보고돼 당국이 과거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던 이들에 대해 당분간 접종을 중단하기로 한 바 있다. 레이 청장의 언급은 아나필락시스 반응과 관련해 구체적인 접종 금지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MHRA는 앞서 부작용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과거 약품이나 음식, 백신 등과 관련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이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말아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