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를 품에 안았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은 건설기계시장에서 글로벌 5위권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날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낙점하고 이를 KDB산업은행 채권단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이를 승인하면 인프라코어 매각도 마침표를 찍게 된다.
지난달 24일 있었던 인프라코어 본입찰엔 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유진그룹만이 참여했다. 당초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했던 GS건설과 MBK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우발부채 문제 등을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연내 우선협상자 선정이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두산그룹은 2주가 넘는 고심 끝에 결국 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가격은 9,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두산그룹 측은 2~3주간의 추가 협상 이후 연내 주식매매계약(SPA)를 맺겠다는 계획이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은 건설기계시장에서 글로벌 5위권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기준 두산인프라코어는 시장 점유율이 3.3%인 세계 9위 건설기계 제조업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시장 점유율 1.2%인 현대건설기계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인프라코어 매각이 마침표를 찍으면서 두산그룹이 DICC 소송 우발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프라코어는 자회사인 DICC의 외부투자자와 소송가액 7,093억원 규모의 ‘주식 매매대금 지급’ 소송으로 다투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면 이르면 내년 초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두산그룹은 막대한 돈을 주고 외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20%를 되사와야 한다. 승소할 경우에도 외부 투자자가 ‘알짜’인 DICC를 되팔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거래 종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선 이와 관련해 두산그룹 측에서 우발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현대중공업 측에 제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고비로 남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하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굴삭기 시장을 60%가량 장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