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무역대표부(USTR)에서 중국 담당 수석 변호사로 일해오며 대중 강경 목소리를 내온 캐서린 타이(45)를 USTR 대표로 지명한 가운데 중국은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타이 내정자가 공교롭게도 자국과 갈등과 빚고 있는 대만 출신 이민자의 후예라는 사실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만 출신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타이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는 예일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에 중국 광저우의 중산대학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현재 하원 세입위원회 수석 무역 고문인 그는 대중국 강경파로 USTR에서 일할 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관련 분쟁에서 다른 나라들을 규합해 중국에 대항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스인훙 중국 인민대학 교수는 타이의 지명은 미국의 대중 강경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또 다른 “부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타이가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처리한 경험을 보면 (타이의 지명은) 중국에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보다 다자주의 접근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맹을 규합했던 타이의 이력은 바이든 당선자의 중국 전략에 들어맞는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타이의 지명이 차기 바이든 정부의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더욱 확인시켰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 전문가들은 타이의 과거 중국 관련 강경 발언을 근거로 미중 무역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타이는 지난 8월 세미나에서 미국의 대중 접근은 단지 경제적인 것에 관한 것을 넘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누리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삶의 방식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와 이데올로기 요소를 가져오면 가뜩이나 어려운 무역 협상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로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만 지지 정책이 약화할 수 있다고 걱정하던 대만에서는 대만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타이의 내정 소식에 반색하고 있다.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타이 내정자는 캐서린 타이라는 본명 외에 다이치(戴琪)라는 중국식 이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많은 대만 언론은 그의 내정 초기에는 본명인 캐서린 타이를 음차한 ‘카이사린 다이’라고 이름을 표기하다가 이제는 아예 ‘다이치’라고 부르고 있다. ‘다이’는 성이고 ‘치’가 이름이다. 영어로는 성이 ‘타이’(Tai)로 표시됐지만 중국어로는 ‘다이’로 발음된다.
쉬유뎬 대만 외교부 북미국장은 타이 내정자가 의회 근무 시절 대만의 주미 대사관 격인 주미 대표처와 교류를 해 왔다면서 이때 타이 내정자가 대만 대표처 관계자에게 과거 대만을 방문해 친척을 만났던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타이 내정자는) 친절하고 전문적 능력이 뛰어나고 각계의 호평을 받는 인물”이라고 호평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