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피해자들 중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상황 때문에 스스로 연루됐다가 결과적으로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돈이 성범죄의 악순환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육군 소령 A씨는 지난해 ‘조건 만남’으로 알게 된 미성년자 B양에게 60만 원의 돈을 빌려준 뒤 이자를 명목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A씨는 B양 집 사진을 찍어서 메시지로 보내고 전화를 걸어 압박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특히 앞서 A씨는 B양에게 “외국으로 도망가지 않는 한 내 돈 먹고 튀면 큰 책임을 질 거다”, “떼먹은 거 알아서 몸으로 갚게 될 거다” 등의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A씨가 ‘위력’으로 B양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보고 아청법상 위계 등 간음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 혐의는 속임수(위계) 또는 의사를 제압하는 유·무형의 힘(위력)으로 아동·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은 경우에 적용된다.
문제는 이와 같은 A씨의 범죄 혐의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등군사법원은 A씨의 위계 등 간음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변경된 죄명인 강요미수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A씨의 성행위 요구는 구체적 계획이 없는 막연한 생각에 그쳤기 때문에 유죄로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고등군사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할 당시 피해자를 간음하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 실제로 간음 행위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도를 드러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가 B양에게 협박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간음을 할 구체적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위계 등 간음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의 이유가 됐다.
결과적으로 원심의 무죄 결정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이미 조건만남으로 성매매를 한 이력이 있는 A씨의 협박 요구가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시간과 장소를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범행 계획이 구체적인지 또는 피고인의 행위가 성관계를 위한 수단이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성인 남성 A씨가 돈을 이유로 미성년자 여성에게 성교행위를 강요했다는 판단도 나왔다. 대법원은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관계를 결심하게 될 중요한 동기에 대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