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서 12시간 47분 동안 연설을 하며 국내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에 동료 의원들은 일제히 윤 의원에게 찬사를 보냈다.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연단에 오른 윤 의원은 이날 오전 4시 12분까지 총 12시간 47분에 걸쳐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입법에 반대하는 연설을 했다. 지금까지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2016년 테러방지법 입법 반대토론에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세운 12시간 31분이었다.
이날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보고되며 본회의가 중단됐지만 윤 의원이 기록을 경신한 이후였다.
윤 의원은 프랑스의 정치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으며 국정원법 개정안 강행을 비판했다. 그는 “다수가 굉장한 전제정을 휘두르게 된다. 다수가 법률을 만드는 특권을 가지면서, 자기들은 법률을 무시하는 권리까지 요구하면 이건 이상한 체제가 돼버린다”라는 지문을 발췌하며 “이게 족집게죠”라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안건으로 신청한 공수처법, 국정원법,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등 3개 법안을 가리켜 “국민 개개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닥쳐 3법”이라고 정의했다. 윤 의원은 발언을 마무리하고 동료 의원들의 기록 경신 격려 속에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윤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난 뒤 정회를 선포했다. 전날 국정원법 찬성 토론에 나선 김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국회 방역을 위해서다. 박 의장은 “다음은 김경협 민주당 의원의 토론 순서이지만,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따라 본회의를 정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동료 초선 의원들은 윤 의원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세우자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박수영 의원은 “철의 여인, 정말 수고 많았다”며 “12시간을 넘는 길이도 길이지만 내용의 깊이와 호소력 있는 목소리까지 정말 세계 최고였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김병욱 의원도 “윤 의원이 단순히 시간만 끈 게 아니라 문 정권이 무너뜨린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하나하나 분석하며, 우리 민주주의가 나아갈 바를 국민 앞에 당당히 밝혔다”고 평가했다. 최형두 의원은 “윤 의원이 대한민국 국회의 필리버스터 수준을 바꿔놨다”며 “단락마다 편집해서 특강 교재로 쓸 수 있을 정도”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