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심리적 저지선’이라 할 수 있는 1,000명 선 마저 무너졌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328일 만에 처음으로 확진자가 네자리 수가 된 것이다.
지난 2∼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 8∼9월 ‘2차 유행’의 고비가 있었지만 확산세가 이렇게까지 가파른 적은 없었다. 이번 ‘3차 대유행’도 초반인 지난달 10일까지만 해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안팎을 유지해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이후부터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달 26일 500명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도 꾸준히 500∼600명대를 오가다가 전날(950명) 900명대로 치솟은 뒤 13일 1,030명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가 제때 거리두기를 충분히 올리지 못한 게 주요한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비롯해 여러 방역 대책을 쏟아냈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정부가 지난달 중소 자영업자들의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2단계를 유지하면서 시설별 조치만 추가로 강화하는 ‘2단계+α’ 조치를 도입했으나 효과가 없자 결국 뒤늦게 2.5단계로 높였지만 이마저도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앞서 정부는 2차 유행이 완전히 잡히기도 전에 거리두기를 최저 단계인 1단계로 내렸고, 또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지난달 확진자 급증 기미가 보였는데도 거리두기 단계를 곧바로 충분하게 격상하지 않았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지난 10월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면서 ‘소비쿠폰’을 대대적으로 지급한 것도 거리두기에 대한 심리적 경각심을 이완시켜 방역의 ‘악재’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현재 3단계 격상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앞선 브리핑에서 “3단계 격상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기에는 사회적 피해가 워낙 막대한 부분이라 (관련) 기준치를 관찰하면서 판단할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2차 유행과 달리 이번 3차 유행의 시기가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도 코로나19 대확산의 한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방역당국도 계절적 요인이 코로나19 유행을 더 확산시키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보통 겨울철에는 기온과 습도가 낮아 바이러스의 생존이 유리해지는 데다 실내시설의 환기도 어려워 감염증이 번지기 쉬운 환경이 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춥고 건조한 동절기에 환경 여건은 더욱 나빠지고 지역사회에 잠복한 무증상·경증 감염자는 증가해 그 어느 때보다 전파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며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대응을 해오면서 많은 위기를 겪어 왔지만, 올겨울이 최대 고비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적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제대로 환기를 하지 않는 등 방역수칙 미준수 사례가 계속 나오는 것도 최근의 확산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국내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던 ‘K-방역’ 체계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방역의 핵심은 선제적인 진단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조기에 격리·치료하고 접촉자를 관리해 ‘n차 전파’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었지만,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이런 방식이 한계를 맞았다는 것이다.
나성웅 방대본 1부본부장은 최근 “앞선 대규모 집단발병과 달리 지금은 (감염이) 소규모 집단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역학조사가 확진자 발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역학조사 보조인력을 추가해 역학 역량을 늘리고 선별 검사 등 검진 능력도 확대하는 등 새 방역 전략을 수립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