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을기업, 9년 만에 매출 10배 증가…소득 증대·일자리 창출 '효자'

[지역경제 활성화 '첨병' 마을기업]

지난해 1,556곳 1,928억원 매출 달성

일자리 창출도 누적 인원 2만명 넘어

재능기부·봉사 등 사회공헌도 활성화

지역발전 위한 현실적 대안 자리매김

올해 최우수 마을기업에 선정된 전남 영광군 군남면 지내들영농조합법인 조합원들이 지역 특산품인 보리를 수매하고 있다./사진제공=행정안전부올해 최우수 마을기업에 선정된 전남 영광군 군남면 지내들영농조합법인 조합원들이 지역 특산품인 보리를 수매하고 있다./사진제공=행정안전부



지난 2012년 전남 영광군 군남면 포천리 죽신마을 주민 9명은 정부의 보리수매제 폐지로 영광의 대표 작물인 보리의 판로가 가로막히자 마을기업을 만들기로 했다. 2년 뒤 주민들은 공동 출자에 나서 보리 수매와 판로 개척을 위한 지내들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전체 가구가 13호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었지만 죽신마을 주민을 주축으로 설립된 지내들영농조합은 지난해 6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생산량의 80%는 지역주민과 나누고 계약재배를 통해 55㏊ 면적에서 약 800톤의 보리를 가공·유통하고 있다. 지내들영농조합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0년 우수 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주민 스스로 사업성이 높은 지역자원을 발굴해 수익을 창출하는 마을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첨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별 특성에 맞춘 사업모델을 지원하고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이 뒷받침되면서 인구감소로 어려움에 놓인 지역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마을기업 1,556곳이 거둔 전체 매출은 1,928억원이다. 사업 시행 첫 해인 지난 2011년 196억원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 새로 창업하는 마을기업이 꾸준히 늘면서 전체 일자리도 지난해 2만62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만명대에 진입했다. 사회공헌을 필수항목으로 지정하면서 전국 마을기업은 지난해 연평균 29억원 상당을 현물과 현금으로 기부하고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로 143억원 상당을 지역사회에 공헌했다.

마을기업은 주민이 각종 지역 자원을 활용해 수익사업을 펼치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마을단위 기업이다.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인구유출로 어려움에 놓인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도모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행안부는 지난 2010년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마을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김순례 지내들영농조합 대표는 “출범 조기만 해도 여러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이제는 마을을 넘어 전국에서 관심을 갖는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지역사회과의 상생과 책임감 있는 기업경영,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목표 아래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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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을 설립하려면 지역성·공동체성·공공성·기업성이라는 4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역성은 동일한 생활권에 거주하는 마을주민이 마을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조건을 부여한 것이고 공동체성은 마을기업 운영과 관련한 모든 절차와 규정을 공동체 자율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공성은 마을기업의 설립 목적을 단순한 영리추구가 아니라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정부의 보조금 종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갖춰야 마을기업 자격이 부여된다.

마을기업에 선정되면 최대 3년에 걸쳐 1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1차년도에는 5,000만원을 지원하고 재지정된 2차년도에는 3,000만원을 지원한다. 3차년도에 선정된 마을기업은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2,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오병주 행안부 지역공동체과 사무관은 “지난 10년에 걸쳐 지원사업을 시행한 결과 자생적인 역량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일등공신이었지만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도 마을기업 확산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며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놓인 기초자치단체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을기업은 지역사회 발전과 성장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우수 마을기업을 선발하는 경진대회도 마을기업의 확산과 홍보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6곳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모두 129곳의 우수 마을기업이 선정됐다. 올해는 지내들영농조합을 비롯 경기 가평군 농부들의 카페장터와 전북 진안군의 원연장마을 등 11곳이 수상했다. 농부들의 카페장터는 드립백 커피 제조시설을 구축해 은퇴 후 정착한 귀촌인과 고령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지역 대표 농산물인 잣을 활용해 오일·라테·콩빵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해 판로를 넓히고 있다. 원연장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농가 레스토랑에서 연잎밥 등을 선보이고 있다. 우수 마을기업에는 최우수상 7,000만원, 우수상 5,000만원, 장려상 3,000만원, 입상 1,00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김학홍 행안부 지역혁신정책관은 “마을기업은 지역사회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동체성 회복과 취약계층 돌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확산으로 어려움에 놓인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도 마을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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