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당이 추천하는 공수처장 후보에 대해 야당이 수용 의사를 밝혔는데도 여당이 법을 바꿔 공수처법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중립적인 인물을 초대 처장에 추대할 수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돌변해 야당의 추천위원의 거부(비토)권을 없애는 법을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부정부패를 막아줄 낙점 인물을 꼽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당이) 공수처장 ‘내리꽂기’ 작업에 들어간 만큼 내용을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7월 15일이 출범 시한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11월 말까지 4차례 회의에서도 초대 공수처장 최종 후보 2인을 선정하지 못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에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이달 9일을 최종 시한으로 선포했고 결국 임시국회 첫날인 10일 여당 단독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 개정안은 추천위원 ‘7인 중 6인’이 찬성해야 하는 조항을 ‘3분의 2(7명 중 5명)’가 찬성하면 최종 처장 후보 2인을 선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야당 위원(2인)이 반대해도 처장을 선출할 수 있게 바꾼 것이다. 야당 측 추천위원들이 여당 및 중립기구 인사가 제안한 추천 인사에 대해 계속 비토권을 행사하며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여당은 검찰개혁을 앞세워 검사 출신 공수처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야당은) 여당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 수용을 전제로 하고 논의를 계속했고, 법관 출신이 어떻겠다며 의견을 타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태년 원내대표가 추천위원들이 제시한 후보 외에 여러 명을 따로 제시했고 ‘이 정도 인물이면 일단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또 주 원내대표는 “(협상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오후 두 시 본회의에 잡히기 직전까지도 계속됐다. 박 의장이 시행하지도 않은 법을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합의해서 하자고 했고 (여당이 제안한) 저희들은 많은 숫자(의 인사)에 대해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공수처 저지를 위해 (추천위를) 봉쇄한 적이 없다”며 “여당은 지금까지 여야의 협상 과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처음부터 낙점한 인물을 그대로 임명할 태세”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정권에 중용되는 인사를 복수로 올렸는데도 이 정권이 받지 못하겠다고 했다”며 “딱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위한 것이고 자신들과 코드가 딱 맞아서 앞장서서 설칠 공수처장을 세울 요식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부패 수사를 막고 장기집권을 위해 (특정 공수처장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주 원내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당 원내대표 간의 협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 추천위는 이르면 이번 주 처장 후보 추천회의를 다시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