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노르망디 상륙작전

1944년 6월 6일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의 오마하 해변. 연합군 병사들을 실은 상륙함이 뭍에 닿는다. 방금 전 십자가에 입을 맞추며 신에게 기도하던 병사들은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독일군 병사들의 기관총에 맞아 쓰러진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한 장면이다. 전투 장면만 보면 다큐멘터리로 착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의 배경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다. 연합군은 작전 첫날 오마하 전투에서만 3,000여 명의 사상자를 내며 패배 위기에 몰렸으나 끝내 독일군 방어선을 뚫는 데 성공했다. 연합군은 이날 8만 7,000여 명의 병력을 상륙시켜 유럽 대륙 탈환의 교두보를 만들고 마침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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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는 사실 상륙 후보지로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절벽이 가파르고 조수 간만의 차가 커 상륙하기 어려웠다. 독일군 역시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연합군이 노르망디보다는 더 위쪽인 파드칼레로 올 것으로 짐작했다. 연합군은 이를 역이용해 파드칼레로 상륙할 것처럼 거짓 정보를 흘리며 적을 기만했다. 작전 개시일도 원래는 6월 6일이 아니었다. 처음 결정된 개시일은 5일이었지만 악천후로 파도가 많이 치자 연합군 최고사령관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작전을 하루 연기했다. 이후 사람들은 이날을 ‘디데이(D-Day)’로 지칭하며 작전 개시일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디데이의 ‘D’는 십진법을 뜻하는 데시멀(decimal)의 앞글자라는 얘기도 있고 ‘Day of Days’, 즉 무척 중요한 날의 ‘D’라는 얘기도 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전국 배송 사실을 밝히며 백신 도착일인 14일을 디데이로 지칭했다.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디데이는 2차 세계대전 종결의 시작이었다”며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반격 소식은 일일 확진자 1,000명을 넘기며 심각해진 우리 상황과 대비된다. 방역을 잘한다고 전 세계에 홍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백신은 요원하고 병상은 부족하고 의료진은 지쳤다. 코로나19를 퇴치할 우리의 디데이는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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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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