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여행 지원 사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14일 저녁 총리공관에서 개최된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고투 트래블 사업을 이달 28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전국적으로 일제히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여행 경비의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고투 트래블 사업은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바 있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세로 최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일본의 18세 이상 남녀를 상대로 12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7일 실시한 것보다 17% 포인트 떨어진 40%를 기록했다.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3% 포인트 상승한 49%였다.
한 달 사이에 지지 여론과 비판 여론이 역전됐다. 올해 9월 16일 스가 내각이 출범한 후 마이니치 조사에서 비판 여론이 지지 여론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지율 급락은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스가 내각의 코로나19 대책에 관해 응답자의 62%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14%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조사에는 34%가 긍정적으로, 27%가 부정적으로 각각 평가했는데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응답자의 67%는 국내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응했고 57%는 긴급사태를 다시 발령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근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자 전문가들은 고투 트래블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스가 총리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정당 지지율은 집권 자민당이 지난달보다 4% 포인트 하락한 33%였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 포인트 오른 12%였다. 일본 정부와 여당 측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멈추지 않는 것이 지지율 급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스가 총리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는 등 향후 정권의 구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진단했다.
이와 관련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도쿄도 지사는 12일 일본비즈니스(JB)프레스에 기고한 ‘스가 총리의 비극’이란 제하의 글을 통해 스가 총리 주변에는 권력에 빌붙어 으스대고 무능력한 측근들만 있다며 스가 내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마스조에 전 지사는 우선 장기 집권의 폐해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거론했다.
7년 8개월 넘게 집권한 아베 내각을 계승한 스가 내각에서도 관료들의 윗선 눈치 보기를 뜻하는 ‘손타쿠’(忖度) 행정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관료들은 관저(총리실)가 좋아하는 것만 말하고 있다”며 국가 전체의 일을 생각하면서 정책 제언을 하는 “용감한 일”을 했다가는 바로 좌천되고 만다고 썼다.
많은 부처에서 기관장이 될 우수한 간부들이 관저에 찍혀 좌천되는 것을 봐온 공무원들은 “아베 (전 총리)나 스가 (총리)에게 아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마스조에 전 지사는 총리 비서관이나 보좌관 등 관저 핵심 관료들이 각료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스가 내각에서 중용된 국토교통성 출신 보좌관 주도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고투 트래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사례를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