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대 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일본은 자동차 부품 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체 200곳이 파산했지만 국내에는 파산한 업체가 한곳도 나오지 않는 등 우리 자동차 업계가 나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및 금융권 지원 등이 위기에 처한 부품업체들의 버팀목이 돼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 붕괴를 최소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에도 국내 부품업체 중 파산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6월 명보산업이 사업포기 선언을 했다가 다시 사업을 운영하고 7월 지코가 회생절차를 개시하는 등 파고는 있었지만 부품업체 파산으로 자동차 생태계가 붕괴하는 최악의 참사는 막은 것이다.
반면 해외 주요 완성차 생산국에서는 파산과 매각 소식이 잇따랐다. 일본의 경우 올 6월 기준으로 자동차 부품업체 코류를 비롯해 전 산업계에서 200여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파산했다. 미국은 포드에 부품을 공급하는 가렛 모션과 미국과 독일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실로산업 등이 파산 신청을 했다. 유럽의 경우 스웨덴 부품업체인 비오니어가 미국 내 브레이크사업을 단돈 1달러에 매각하고 독일 부품업체인 콘티넨탈과 오스람은 제휴관계를 청산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과 금융권 지원 등이 주효했다고 봤다. KAMA에 따르면 정부가 개소세를 70% 인하한 올 3~6월 국내 완성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9% 가량 증가했다. 인하 폭을 기존 70%에서 30%로 줄인 올 7~12월에도 평균 5% 내외로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개소세 인하 전인 올 1~2월 완성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9% 가량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세금 인하의 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KAMA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 수출 물량이 급감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이 성과를 내고 개소세 인하가 받쳐주면서 내수 판매는 늘어나 국내 부품업체가 도산에 처하는 상황은 면했다”고 했다. 올 상반기 정부 및 금융업계가 소상공인 및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61.6조원, 금융시장 안정기금에 73.5조원 등을 지원한 것도 유동성 부족 해소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탄탄한 내수 판매를 기반으로 국내 완성차 생산순위는 지난해 전세계 7위에서 올해는 5위로 2계단 올랐다. 올 10월까지 국가별 내수 판매를 기준으로 봐도 중국(-4.7%), 미국(-17.3%), 일본(-14.7%) 등 주요국은 뒷걸음질 쳤지만 우리나라는 6.2% 상승했다. KAMA 관계자는 “주요국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며 자동차 수요가 회복될 때 국내 자동차 업게는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망을 지키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