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때 당내 경선 라이벌이었던 피트 부티지지(38)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교통 장관으로 파격 발탁했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 역사상 첫 성 소수자 각료가 탄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15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부티지지 전 시장을 교통 장관으로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에너지 장관에 제니퍼 그랜홈 전 미시간주지사, 국내 기후 정책을 총괄하는 ‘기후 차르’에는 지나 매카시 전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각각 내정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는 일자리와 인프라, 공정, 그리고 기후 도전 과제들을 맡을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지명자들이 석유 배출을 조속히 줄이는 방향으로 교통 시스템을 개조하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티지지는 트위터에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힌 뒤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후 도전 과제에 맞닥뜨리고 모두를 위한 공정을 향상시킬 엄청난 기회의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또 ‘교통 혁신’을 강조하며 “이제는 임금을 제대로 받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를 재활성화시키며 모든 미국 국민이 번창하도록 하는 현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통해 더 나은 재건을 이뤄야 할 때”라고 밝혔다.
CNN은 상원 인준을 통과한다면 부티지지는 최초의 공개적인 성 소수자 각료가 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커밍아웃했고 2018년 중학교 교사인 채스턴 부티지지와 동성 결혼을 했다. 중도 성향의 온건파로 꼽히는 부티지지는 올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에 오르며 ‘백인 버락 오바마’ 돌풍을 일으켰다. 뒷심 부족으로 한 달 만에 중도 하차한 그는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부티지지의 입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으며 보훈 장관은 물론 주중대사 하마평에도 오른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부티지지를 교통 장관에 앉힌 것은 다양성 내각임을 내세우는 동시에 오바마 전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기준 발표된 장관급 인사 14명의 약 80%는 오바마 행정부 또는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당선인이 ‘재활용 인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P통신은 “중소도시 시장에서 대권 주자로까지 성장했던 젊은 정치인의 행정부 합류는 수십 년간의 워싱턴 경험을 가진 인사들이 주류를 이룬 첫 바이든 행정부에 역동성을 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선은 내각 다양성을 한층 강화하는 행보이기도 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 역사상 첫 여성 재무 장관(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첫 흑인 국방 장관(로이드 오스틴 전 미 중부사령관) △첫 여성 국가정보국(DNI) 국장(애브릴 헤인스 전 중앙정보국 부국장) △첫 이민자 출신 국토안보 장관(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 부장관) 등을 지명했다. 내무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뎁 홀란 하원의원이 임명될 경우 내각 다양성은 더욱 확대된다. 라구나푸에블로족 여성인 그가 실제로 발탁돼 상원 인준을 통과한다면 내무부를 이끄는 첫 원주민 장관이 된다.
다만 부티지지의 교통 장관 지명으로 한국계 장관이 탄생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최근 아시아계 미국인 단체들은 바이든 인수위원회에 아시아계 장관 지명을 요구하며 한국계인 데이비드 김 캘리포니아주 교통청장을 교통 장관에 추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