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언택트 시대의 미디어산업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사진제공=한국뉴욕주립대



지난 3일 글로벌 미디어 그룹 워너브라더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영화 시장의 축소로 내년 제작되는 영화 17편을 영화관과 자회사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HBO맥스’를 통해 동시에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결정이 HBO맥스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수억 달러로 예상되는 영화관 수입을 포기한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넷플릭스 등장 이후 OTT 서비스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가 언택트 시대의 도래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디어 시장도 OTT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2016년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우리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700만 명을 넘어 국내 1위 인터넷TV(IPTV) 사업자인 KT와 유사한 수준에 이르렀다. 올 한 해 국내 콘텐츠 제작·구입에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지상파 위축으로 극심한 재원 부족에 시달리던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의 빅 플레이어로도 자리매김했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공저자로 참여해 올해 출판한 ‘노 룰스 룰스: 넷플릭스 앤드 더 컬처 오브 리인벤션(No Rules Rules: Netflix and the Culture of Reinvention)’의 부제처럼 넷플릭스는 세계 미디어 시장을 변화시켰고 우리 시장의 변화도 선도하고 있다. 내년에는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지닌 ‘디즈니+’도 국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우리 미디어 산업의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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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도 넷플릭스가 선도한 미디어 시장 변화에 대응해 OTT 사업을 앞다퉈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설립한 ‘웨이브’, CJ ENM과 JTBC가 함께 출범시킨 ‘티빙’은 방대한 국내 생산 콘텐츠를 강점으로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카카오는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을 활용한 ‘카카오TV’를 출시했으며 미디어 스타트업 ‘왓챠’는 국내 OTT 기업 최초로 일본에 진출해 글로벌 진출의 서막을 열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초래한 국내 미디어 시장의 변화는 콘텐츠 제작·유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대규모 투자로 콘텐츠 제작 환경을 개선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종속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낳는다. 정부가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수립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국내 미디어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이 이뤄져 우리 미디어 기업들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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