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심각해지면서 유치원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감염을 막기 위해 가정보육이 필요하지만 가정보육을 선택해도 원비를 그대로 내야 하는 유치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학부모와 유치원 간 환불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모든 학교와 유치원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서울·경기·인천·울산 등에서는 유치원이 각 가정에 가정보육을 권고하면서 학부모와 유치원 간 원비 환불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면서 이 지역 유치원에는 밀집도 3분의 1 원칙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각 유치원은 밀집도 제한에 학부모들에게 가정보육, 주2~3회 등원을 요청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15일부터는 수도권 모든 학교가 연말까지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가면서 유치원 정상 등원은 불가능해졌다. 맞벌이 부부, 저소득층을 위한 유치원 긴급돌봄교실이 운영되기는 하지만 교육 당국과 유치원은 거리두기와 방역을 위해 외벌이 가정 등에는 가정보육을 권고하고 있다.
유치원은 각 가정에 가정보육 신청을 부탁하지만 학부모들은 “원비도 못 돌려받는데 아이를 보내지 말란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유아교육법상 사립유치원비 책정·환불은 유치원 재량이기 때문에 원장이 환불 불가를 결정하면 학부모는 따라야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유치원생 71%가 사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초·중학교와 달리 전면 무상교육 대상이 아닌 유치원에서는 올해 내내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유치원비는 누리과정(만 3~5세 공통 교육과정) 유아학비 31만원(교육과정 24만원·방과후 과정 7만원)과 학부모가 별도로 내는 교육비 등으로 이뤄진다. 누리과정 유아학비는 정부가 유치원에 지원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실질적으로 납부하는 원비는 교육비다. 유치원 정보공시 웹사이트인 ‘유치원 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사립유치원의 평균 교육비는 약 19만원(교육과정 16만4,000원·방과후과정 2만8,000원)이었다. 다만 유치원마다 원비 구성 항목이 다르고 지역마다 편차도 심해 사립유치원 원비가 4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병설유치원 등 국공립의 경우 특성화활동비 정도만 내기 때문에 교육비가 평균 8,000원에 불과하다.
‘자녀가 등원하지 않는데 급식비·통학차량비를 왜 받느냐’는 학부모 지적에 따라 일부 유치원은 감면· 이월 등의 방식으로 원비를 깎아주지만 인건비 등을 이유로 환불을 해주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경기 의정부의 한 학부모는 “불규칙적인 등원에 지치고 원비도 아까워 퇴원까지 고민 중”이라고 푸념했다.
자주 바뀌는 등원 지침, 환불 불가 규정에 일부 학부모는 퇴원까지 선택하고 있지만 교육청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인 올 3~4월 교육부와 교육청이 원비 반환 사립유치원의 수업료 결손분을 보전해줬고, 일부 교육청은 5월까지도 추가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이후에는 예산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유치원비 환불 지원은 5월까지만 하고 끝났다”며 “수업료는 원칙적으로 환불 대상이 아니고 원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