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야외활동에 대한 욕구가 날로 커지고 있다. 감염병 우려에도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려는 심리는 자연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일 것이다.
칼럼리스트이자 강호동양학자인 조용헌 작가는 책 ‘조용헌의 영지순례’에서 사람에게는 바깥, 즉 자연에서 공급받아야만 하는 에너지가 있다고 말한다. 물과 바람, 숲, 흙, 햇빛, 달빛 등 순수한 자연의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심신의 기운이 원활히 돌아가고 올바른 생각과 판단으로 삶을 조화롭게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지난 40여 년 간 전국을 누빈 저자의 답사기다. 영지(靈地)라고 소개된 23곳은 주로 암자, 굿당 등 토속신앙 등 종교와 연관된 곳들인데, 저자는 영지는 단 한 순간에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인들의 답사와 체험, 기도 효험 등 다양한 사고(思考)와 사건이 무수한 시간 동안 축적된 뒤에야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오랜 영지 터에 산사가 자리 잡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책에는 정감록에 기록된 한국의 십승지(十勝地)부터 통일교 본부가 있는 장락산, 해인사로 유명한 가야산 등이 소개됐다. 책에는 영지에서 만난 종교인, 도사, 순례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던 지명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이동이 제약된 코로나19 시대에 책에 수록된 227컷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저자는 “한국의 영지는 기운도 좋지만 그 풍광 또한 일품이다. 아름다운 풍광은 그 자체로 사람을 치유하고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 만사가 시들하고 허무하고 분노심이 들고, 세상 헛살았다는 느낌이 들 때는 장엄한 풍광을 마주해야 치유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