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시중은행을 향해 “예금 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하소연이 있다”며 “예대 금리 완화에도 마음을 써달라”고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정치권이 금융사에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을 요청한 적은 있었지만 예대 금리 자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집권 여당이 시중은행 마진까지 직접 관여하는 전형적인 ‘관치 금융’을 시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이 공공의 성격을 지녔지만 엄연히 사기업이라는 점에서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에 대한 예대마진 축소는 곧바로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상당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코로나19 병상 확보 협력을 위한 금융 업계 화상 간담회’ 자리에서 “건물을 임대하시는 분은 건물을 지을 때 은행에 대출 받았을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임차인들 또한 은행 대출을 받았을 텐데 그런 분들의 금융 부담과 이자 부담을 완화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대 금리 완화 조치를 생각하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님이 있고 다른 회장님들도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며 은행권에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미 은행권의 부담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이자 상환 유예 금액만도 11월 기준 950억 원으로 집계됐다. 건수로는 8,358건에 달했다. 또 이들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규모도 11월 기준 총 109조 1,509억 원으로 나타났다. 건수로는 32만 4,743건이다. 같은 기간 금리 감면 등 기타 조치의 경우는 5,827억 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조치들은 2월 개별 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다가 4월 금융 당국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방안을 추진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다 금융 당국은 8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해당 조치를 내년 3월까지 6개월 연장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 임원들은 이 대표의 거듭된 요청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은행 임원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예대 금리 완화와 관련해 이미 대책이 대부분 시행 중”이라며 “추가적으로 소상공인이나 가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임원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긴급 경영 안전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고 완곡하게 어려움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국민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KB증권 등 5개 금융사는 은행 연수원 등 모두 721실의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