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타임’이라는 게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하는 한국인을 주한 미군이 비아냥거리며 하던 말이다. 정말 한국인들은 시간관념이 없는 민족이었을까. 오랜 세월 농업사회였던 탓에 해와 달의 변화에 맞춰 살아도 크게 지장이 없었던 생활 패턴이 산업사회였던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달랐을 것이다.
조선시대로 거슬로 올라가면 정확한 시간을 알기 위해 과학적인 연구를 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정확한 시간을 알아야 하는 것일까. 시간을 측정하는 과학이 조선시대에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강의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안나미 성균관대 한문학과 겸임교수가 진행하는 ‘조선의 과학이야기’이다. 총 5강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의는 1강 ‘하늘의 이치는 땅에 구현된다(천문학)’ 2강 ‘논밭의 면적을 계산하라(수학)’ 3강 ‘억울한 죽음은 없도록 하라(법의학)’ 4강 ‘정확한 시간을 알려라(물리학)’ 5강 ‘불을 쏘아 나라를 지켜라(화학)’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네 번째 강의에서 안 교수는 ‘정확한 시간을 알려라(물리학)’라는 주제로 조선시대의 정확한 시간을 측량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발전시켰는지를 소개한다.
안 교수는 조선시대 물시계인 자격루의 원리와 내부 구조에 대해서 설명한 뒤 왕의 시계였던 흠경각 옥루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갔다. “옥루는 지금으로 치면 자동물시계이자 알람시계라고 할 수 있어요. 왕이 궁에 앉아서 축소된 농민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시계입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인형이 나타나 농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농번기에는 노동력을 동원하면 안된다는 판단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죠. 안타깝게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는데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남아있는 기록을 바탕으로 2019 복원하는 데 성공했었죠.” 이어 안 교수는 수원 화성 축조 당시 사용했던 거중기의 원리를 통해 물리학의 발전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강좌는 지난 10월 26일 공개된 ‘고인돌2.0’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 교육 사업으로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직접 강의실을 찾아가는 대신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특히 올해 ‘고인돌 2.0’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강의를 기획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중고등학교 교과목과 연계한 프로그램과 일상 속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아울러 인문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려는 성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도 풍성하다. 2020년 ‘고인돌 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사업은 SK이노베이션, 한화생명, 농협생명, 교보생명, DB손해보험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